- 도심 인접 금정산엔 총 못 쏴
- "사살 능사 아냐" 차선책 요구도

지난 26일 도시 한가운데 멧돼지가 나타난 것(본지 27일 자 10면 보도)은 '풍선 효과'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해조수 포획이 가능한 경남 양산 일대에 있던 멧돼지들이 부근의 금정산으로 서식처를 옮겼고, 이 때문에 금정산과 가까운 부산 도심에 멧돼지의 출몰이 잦아졌다는 게 야생동물보호협회 측의 시각이다. 결국, 앞으로 멧돼지들의 잇단 도심 출몰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부산울산경남지부는 "금정산에는 멧돼지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7년 전부터 나타났다. 금정산과 인접한 경남 양산 물금읍 지역 내 유해조수 포획 탓에 멧돼지들이 금정산으로 옮겨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유해조수 포획 허가는 멧돼지처럼 농가 등에 피해를 주는 동물을 총기 등으로 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은 강서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유해조수 포획을 위한 총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산지가 도심과 인접해 있고 등산객도 많아 발포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정산은 멧돼지 주 서식지가 되고 있다. 최근 4년간 금정산과 맞닿은 부산 북구와 동래·금정구 일대 멧돼지 발견 횟수는 134회였다. 하지만 금정산에서는 포획용 우리를 설치하는 게 멧돼지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대책이다. 금정산에는 포획 우리 13개가 있는데, 개당 가격이 200만 원 정도여서 추가 설치에 부담이 따르고 5, 6명이 함께 들어야 할 만큼 무거워 행동반경이 넓은 멧돼지의 움직임에 맞춰 위치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최인봉 야생동물관리협회 부울경 지부장은 "멧돼지는 한 번에 새끼 8~12마리를 낳는 등 번식력이 좋다. 포획 우리만으로는 개체수 조절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 관계자는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나는 것은 산림 개발로 먹이가 크게 부족하거나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근본적 원인을 무시한 채 도심에 출몰했다고 무작정 사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