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설비용량 58만 ㎾급)가 28일 새벽 130번째 고장으로 정지됐다.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발전 정지 기록만으로도 이미 위태위태한 상황이던 고리 1호기가 계획예방정비를 받은 지 50여 일 만에 고장 정지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고리 1호기의 폐로를 요구하던 시민단체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 기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폐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고리 원자력본부 앞에서 고리 1호기 폐쇄를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새벽 1시18분께 고리 1호기가 발전 정지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한수원은 터빈 계통 고장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2007년 6월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으나 2008년 1월 다시 운영 승인을 받아 가동수명이 10년 더 연장됐다. 수명 기한이 4년이나 더 남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176일간(4월 12일~10월 5일)의 계획예방정비를 받은 뒤 지난달 5일 발전을 재개한 지 50여 일 만에 다시 정지한 고리 1호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안할 뿐이다. 계획예방정비 기간인 지난 7월 말 고리 1호기의 비상발전기가 18시간 동안이나 가동 중단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원전 관련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오른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부품 납품 비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사고 원인을 일단 터빈 계통의 고장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전 고장 정지 이후 재가동 시점까지 걸리는 기간을 보름 정도로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보름 이후 재가동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은 경미한 고장이 나더라도 무조건 정지하도록 돼 있고 이번 고장의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재가동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경미한 고장이고 부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면 재가동 시기를 보름보다 단축시킬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정지로 현재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정지되면서 한파가 시작된 전국에 또다시 전력수급난이 우려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치인 8100만 ㎾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4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 ㎾급) 원자로헤드 안내관에서 결함이 발견돼 원전 당국이 보수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한빛 4호기 14차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원자로헤드 안내관 84개 가운데 6개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