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7.6시간, 주 5.2일 양육
- 대부분 "보람있지만 부담"
- 개인생활 양립 대책 필요
정선주(여·62) 씨의 하루는 오롯이 네 살배기 손자에 맞춰져 있다. 아이를 깨워 오전 9시께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이 기다린다. 점심을 먹고 시장에 가거나 볼일을 보고 나면 벌써 오후 4시. 그때부터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면 하루가 다 간다. 시간 맞춰 돌아오는 게 부담스러워 모임에 참석 안 한 지도 오래됐다. 정 씨의 이런 생활은 벌써 3년째. 쑥쑥 크는 손자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언제까지 손자를 봐줄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손자녀를 돌보는 부산의 조부모들은 일주일 평균 5.2일, 하루 7.6시간 아이를 돌보면서 사례비는 39만6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의 상당수는 손자녀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하거나(24.3%) 자녀의 부탁을 거절 못해(20.7%) 양육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15일 '부산지역 맞벌이가정의 조부모 손자녀 양육실태 및 욕구조사 보고서'를 통해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476명의 조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부산에서 손자녀 양육 조부모 실태를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참여한 조부모의 평균연령은 59.2세로, 평균 24.8개월 동안 손자녀를 돌봐왔다. 이들은 손자녀 양육을 보람 있어 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손자녀 양육 시 '자녀들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86.1%) '손자녀가 자라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즐겁다'(85.3%) 등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반면 취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61.3%)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서(60.5%) 양육이 부담스럽다고도 답했다. 또 손자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는 90% 이상이 집안일도 병행하고 있었다. 자녀가 육아 휴직 등 육아 지원제도를 편히 쓸 수 있다면 손자녀 돌봄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은 72.5%에 달했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활성화와 휴직수당 현실화 ▷정부 차원의 소득수준에 따른 가사서비스 지원 ▷개인 양육지원 서비스 개발 ▷조부모 특화 육아교실과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을 제안했다.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은 "조부모들이 손자녀를 돌보면서도 건강관리와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