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치과의사가 중국의 문방사보(文房四寶)를 부산시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치과의사는 일본이 과거 한국과 중국에 저지른 행위를 정부를 대신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20여 년간 중국 생활에서 모은 유물을 자신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부산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일본인 미야자키 사츠키(82) 씨가 자신의 수장품인 문방사보 296점을 기증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증품은 지난 9일 부산박물관에서 인수했다. 기증 유물은 벼루 51점, 먹 49점, 붓 103점, 관지 인장 93점이다. 이는 미야자키 씨가 중국에서 20여 년 동안 수집한 것으로 구매 당시 가격은 5000만 엔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증품 중 벼루는 중국의 4대 명연이라는 단계연과 흡주연, 징니연, 홍계연이 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 가로세로 크기가 45㎝×60㎝인 단계연이 돋보인다. 단계연으로는 매우 큰 작품으로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에 소장 중인 국보와 유사하다. 먹 49점은 십육 나한, 고사인물도 등이 새겨진 조각 기법과 명문 내용으로 미뤄 청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박물관 양맹준 관장은 "비록 중국 유물이긴 하지만 소장가치는 높다"고 말했다.

앞서 미야자키 씨는 지난 5월 22일 부산박물관으로 "나이 82세의 고령이므로 보물을 받아줄 수 있는 단체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무상으로 기증합니다"는 글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부산박물관은 곧바로 일본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에 거주하는 미야자키 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직접 자택을 방문해 기증 의뢰 유물에 대한 실견 조사와 기증 의사를 재확인했다. 기증 배경에 대해 미야자키 씨는 "과거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종군위안부가 단적인 예입니다.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는 게 일본입니다. 정부를 대신해 일본의 한 국민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20여 년 동안 모아온 이 보물들을 기증하고자 합니다"고 말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1931년생인 미야자키 씨는 도쿄와 기타큐슈에서 치과의사 생활을 한 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중국 하얼빈으로 가 국립치과병원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명예원장을 역임했다. 부산박물관은 기증 증서를 발급한 후 부산시장 감사패, 명예시민증 수여 등을 통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전시와 도록 간행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