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영자(여·62) 씨는 요즘 밤낮으로 에어컨을 틀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을 설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전기세가 걱정되긴 하지만 눈 딱 감고 8월까지는 가동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너무 더워 볼일은 오전에 보고 낮에는 가급적 외출을 안 한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면서 푹푹찌는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마른 장마'로 지표면이 후끈 달아올라 있어 매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부산기상청은 5일 부산의 최고기온은 34.3도로 올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기장군은 35.2도까지 치솟아 가장 높았다.

다른 곳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부울경 지역은 무더기로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5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울산시와 경남 김해 양산 밀양 창녕 함안 합천, 6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경남 함양 사천에 폭염경보가 각각 내려졌으며 나머지 지역은 통영을 제외하고 5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모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잠깐 내리는 비도 더위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4일 늦은 오후부터 부산에는 비가 내렸으나 강수량이 1㎜에 불과해 밤 기온이 25.2도를 기록, 열대야가 나타났다.

당분간 기온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창원은 이번 주 내내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됐고, 울산은 3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 예보도 없다. 낮에 한껏 데워진 지표면과 비교적 찬 상층 공기가 만나면서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경남 서부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내리겠으나 다른 지역은 주말까지 구름이 조금 끼는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부산기상청 문보영 예보관은 "본격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데다 후텁지근한 남서풍이 불고 있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가 오더라도 소나기성인 데다 이미 지표면이 데워질 대로 데워진 후 내리기 때문에 기온을 낮추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