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여성 실종 사건'은 결국 불륜에서 시작해 살인이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사건은 현직 경찰관이 내연녀를 살해·유기한 뒤 열흘간 도주해 경찰 조직은 물론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4일 내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군산경찰서 정완근(40) 경사를 구속했다. 정 경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께 군산시 옥구읍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내연녀 이모(40)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군산시 회현면 폐창고 사이에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정 경사는 범행 후 달아났다가 사건 발생 열흘 만인 지난 2일 오후 충남 논산시의 한 PC방에서 비번인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정말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유족에게 참회의 뜻을 나타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경사는 이 씨를 살해한 뒤 추후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려고 옷을 벗겨 시신과 함께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 경사는 사건 당일 이 씨와 만나 위로금을 논의하다 언쟁을 벌였고 화가 나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어 정 경사는 이 씨의 속옷까지 완전히 벗긴 뒤 5㎞가량 떨어진 회현면 월연리 폐양어장 부근에 시신을 담요와 나무패널로 덮고 달아났다. 정 경사는 경찰조사에서 차에서 유기장소까지 시신을 메고 와 유리조각으로 흙과 땀이 묻은 옷을 벗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 시신을 부검했지만 이 씨가 정 경사를 협박하는 계기였던 임신 여부를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 태아가 형성된 흔적은 없었고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임신 초기 단계인지도 밝혀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지인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에 '7월 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이 씨가 생전에 주장했던 임신 주기와 메시지의 내용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방경찰청은 부하 경찰관이 저지른 여성 살인사건의 책임을 물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