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정치적 논쟁이 살인으로 비화한 사건(본지 18일 자 1면 등 보도) 후에도 각종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서는 반성은커녕 조롱과 비하가 난무하고 있다. 살인까지 불러온 그릇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일 디씨인사이드 사이트에 접속하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제목이 표시됐다. 그러나 사건의 당사자들이 활동했던 정치사회 갤러리에서는 '여기가 칼빵 갤러리냐'며 장난을 치거나 '전라디언(전라도 출신을 비하하는 발언) 어찌 다 그러냐'는 등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보수 성향이 짙은 이 게시판에서는 범인 백모(30) 씨가 진보적 성향이며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반면 진보 성향이 주를 이루는 토론 게시판에는 백 씨가 원래 보수성향이라는 내용의 '정사갤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은 백 씨를 김모(여·30) 씨가 고소하려 하자 백 씨가 해운대경찰서 벽에 붙인 반성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패러디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전라도를 비하하는 '홍어' 같은 발언을 자주 쓴 것으로 미뤄 보수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충격적인 사건을 자정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백 씨와 김 씨의 인터넷상 행적을 쫓으며 사건을 요약 정리해 흥밋거리로 취급하고 있다. 또 신상을 캐내 편 가르기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 사회 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공간이지만 합리적인 토론이 실종되고 질 낮은 상호 비방과 대립만 반복되고 있었다.

시민들은 가상 공간의 다툼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해운대구 주민 김세훈(32) 씨는 "실제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니 두렵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이상기(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각 진영 사이트가 득세하고 있는 인터넷 상황은 대립이 거듭되고 토론문화가 부재한 현실 사회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그저 가상공간의 문제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현실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자정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