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인터넷 보혁 논쟁이 살인사건으로 비화
30대 남성, '여신' 추앙 누리꾼 성향 바꾸면서 앙심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수 진보 논쟁을 벌이던 누리꾼이 이견에 격분해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인터넷상에서 자신을 비방한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논쟁을 벌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백모(30)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는 지난 10일 밤 9시께 해운대구 중동 김모(여·30) 씨의 주거지 앞 계단에서 준비한 흉기로 김 씨를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 인터넷 논쟁 사이트의 이용자로, 김 씨는 2010년부터 이 사이트에 진보 성향의 글을 올리면서 누리꾼들로부터 '여신'으로 추앙을 받는 등 인기를 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김 씨가 2012년 초반부터 정치 성향을 바꾸어 보수 성향이 짙은 글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하자 백 씨는 김 씨의 사생활 정보가 담긴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김 씨가 고소하려 하자 백 씨는 2012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패러디한 사과 대자보를 캡처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서 김 씨가 승리한 것처럼 '정의의 상징'으로 추앙을 받았지만 자신은 게시판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가 나빠지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광주에 사는 백 씨는 모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의 얼굴과 주거지 주소를 알아낸 뒤 흉기 2개를 구입해 지난 5일 부산을 찾았다. 이후 백 씨는 5일간 연제구의 모텔에 머무르며 김씨의 집 근처를 답사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이후 김 씨는 지난 11일 새벽 1시57분께 자신이 백 씨를 살인해 승리했다는 암시가 담긴 사진물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조사 결과 백 씨는 사진에 김 씨의 아이피 주소를 올리는 대범함을 보였다.

　백 씨는 범행 후 모텔에 은신하고 있었으나 도주로에 있는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에게 6일 만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일반적인 범죄자와 달리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옷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 당당하게 범행 과정을 설명하는 등 사이코패스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