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는 샘플 검사도 안 해

"서류만 보고 식음료 수출을 승인하는 제도가 문제입니다."

경찰이 지난 8일 가짜 홍삼드링크를 정력제로 속여 해외 20여 개국에 판매한 업자를 적발(본지 지난 9일 자 6면 보도)한 가운데 식음료 제품의 허술한 성분 검사와 수출 통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 홍삼드링크 제조업자들은 공장이 있는 양주시청에 정상제품의 성분·용량이 포함된 품목 제조신고를 했다. 또 정상 홍삼드링크 제품과 품목 제조 신고서류를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정 검사기관인 한국시험분석연구원에 보내 성분검사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식약처는 시험성적서를 검토해 '식품 성분 분석 증명서'를 내줬다. 세관은 업자가 제출한 성분 증명서를 토대로 수출을 승인했다.

식음료업계에선 "한국시험분석연구원이 성분 분석을 하면 식약처와 세관은 서류 검토만으로 수출을 허가한다. 제도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상제품으로 성분 검사를 받은 뒤 불량 제품을 수출해도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짜 홍삼드링크 제조업자들은 성분 검사를 받은 홍삼 성분 대신 홍삼향과 발기부전 치료제가 함유된 비정상 제품을 4년 넘게 해외로 수출하다가 적발됐다.

경찰에 적발된 업자들은 특히 식약처에서 발급받은 식품 성분분석 증명서를 컬러 복사해 통관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일부 나라로 수출할 때마다 사용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통관법상 식음료 제품을 수출하려면 매번 식약처로부터 성분 분석 증명서를 새로 발급 받아야 한다.

부산경찰청 수사과 여동호 팀장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유통된 불량 음료시장의 규모가 한해 평균 수백 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하지만 가짜 제품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현장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 팀장은 또 "식약처가 식음료 제품 수출 전에 무작위 샘플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