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카드 번호 일부 알아내
- 예금 인출하는 새로운 수법

가짜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인터넷뱅킹용 보안카드에 적힌 번호 일부만 입력해도 예금을 빼내가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보안카드 번호를 모두 입력하도록 요구하는 수법에서 한층 진화한 것이다.

경찰청은 3일 가짜 홈페이지로 이동해 개인 금융 정보와 돈을 빼내는 일명 '파밍'(Pharming)수법의 피해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21일 밤 11시께 김모(여·27) 씨는 인터넷뱅킹 계좌이체를 하기 위해 개인 컴퓨터에서 A은행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카드 번호 앞·뒤 2자리를 입력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이체'를 눌렀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다시 이체를 시도했지만 같은 현상이 반복되더니 이틀 뒤 새벽 4시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이처럼 신종 수법은 정상적인 인터넷뱅킹 절차(보안카드 앞·뒤 2자리)를 이행하고 '이체'를 누르면 계속해서 이체 오류가 발생하도록 하고는 이용자가 입력하는 번호를 해커가 입수해 예금을 빼가는 방식이다. 해커가 미리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컴퓨터로 이용자가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은 무력화된다. 이 때문에 이체 도중 시스템 오류로 정지되면 즉시 금융기관 콜센터로 전화하거나 본인이 직접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폐기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파밍 신고 건수는 716건으로 금액은 37억5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피해금액은 524만 원. 유형별로는 가짜 은행사이트가 707건(98.74%)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공공기관 사칭사이트는 9건(1.26%)으로 집계됐다. 내용별로는 보안승급 629건(87.85%), 팝업창 36건 (5%) 등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금융권, 백신업체 등의 합동 대응으로 피싱 피해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다가 진화된 악성코드가 유포되면서 피해가 다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