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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피멍 드는 동심 <5> 아리송한 아동학대 범위

회초리 들거나 아이 혼자 놔둬도 학대…인식 못하는 게 문제

  • 국제신문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13-06-12 20:34:3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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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발생률 왜?

- 2011년 6058건, 1000명당 6명꼴
- 부모와 보호기관 개념 차이점
- 정서학대도 비교적 인식 둔감

# 학대사례 판정 기준

- 자녀 잘못 인한 체벌도 신체학대
- 언어폭력·가학행위는 정서학대
- 의식주·의무교육 미제공은 방임

"내 새끼 내가 때리는 데 뭐가 문제냐."

"얘는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아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체벌하는 것이 나쁜 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내 가족의 일이라는 의식 아래 자식을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부모가 많은 것도 아동학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학대하면서도 혹은 학대를 보고서도 그 행동이 학대인지 모르는 것, 즉 학대에 대한 낮은 인식이 학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동학대 발생률은 0.6%?

2011년 국내에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6058건. 이를 통계청에서 내놓은 2011년 지역별 추계아동인구(만 0~17세)를 기준으로 아동 인구 1000명당 피해 아동의 비율을 산출하면 0.63%에 불과하다. 잠재적 위험사례 745건을 합해도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하면 실제로 아동학대 발생률은 1000명당 6명밖에 되지 않을까?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안재진 교수팀이 발표한 '국내 아동학대 발생 현황 및 관련 요인'에 따르면 전국 5051가구의 아동과 주 양육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피해 등에 관한 요인을 파악한 결과, 연간 아동학대 발생률이 25.3%로 나타났다. 대상자 100명 중 25명은 학대를 경험했다는 말이다. 나이별로는 초등학생이 28.3%, 중학생이 29.4%로 높았다.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동학대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학대에 대한 인식이 둔감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펴낸 '부산지역 아동학대 실태조사'(2009) 보고서는 부산지역 부모 402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관한 인식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성학대와 정서학대, 신체학대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았으나 방임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신체학대의 경우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5점 만점에 2.15)는 학대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정서학대에서는 '심하게 야단쳐서 아동의 기를 완전히 꺾는 행위'(3.56)와 방임 분야에서는 '어두워질 때까지 아동 혼자 집을 보게 하는 행위'(3.43)는 학대라는 인식이 낮았다.

이옥경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부모들 사이에서의 학대의 개념과 보호기관에서 보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며 "혼자 집에 두는 것은 범죄에 노출될 수 있고 폭언 등의 정서학대는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학대가 아닌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혼자 집에 놔둬도 학대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지침의 아동학대 사례판정 기준을 보면 아동학대는 우선 크게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각각의 분야는 중복해 판정할 수 있다.

우선 신체학대는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서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의도적으로 피해 아동에게 행하는 신체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자녀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체벌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신체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은규(13·가명)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다.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다 보니 전학을 다니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은규를 받아주겠다고 하는 학교를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옮긴 학교에서도 은규는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고, 결국 유급을 받게 됐다. 화가 난 아버지는 몽둥이로 은규의 엉덩이를 두들겨 팼고, 결국 아동 학대 판정을 받았다. 

정서학대의 경우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폭력,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등 가학적인 행위'를 포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 또는 모욕하는 행위, 아동을 시설에 버리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내쫓거나 집 밖에 세워두는 행위, 돈을 벌어오라고 위협하는 것,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을 시키는 것, 형제나 친구와 비교해 편애하는 것도 정서학대다. 진선이(17·가명)와 진철이(10·가명) 남매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지긋지긋한 학대를 당해왔다. 맞는 것은 기본이고, 고등학생이었던 진선이는 아버지 때문에 강제로 휴학해야 했다. 아버지는 진선이에게 학교에 가는 대신 아르바이트하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번 돈은 아버지의 빚을 갚는 데 쓰였다. 초등학생이었던 진철이도 아버지의 강요로 주유소에서 일해야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진선이 남매가 신체학대와 함께 정서학대도 당했다고 판정했다.

그중에서도 방임은 가장 보편적인 학대다. 그만큼 학대인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339건 중 106건이 방임이었다. 중복학대(171건) 중에서도 방임이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방임에는 아이를 버리거나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부터 의무교육을 시키지 않고 무단결석을 허용하는 등 교육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김춘희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방임은 주로 한부모 가정에서 일어나는데 의도성, 심각성 등을 따져 학대 판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취재 지원: 아이에스 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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