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하수관 탓에 주택에 오수가 스며들고 건물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부산 북구청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26일 오후 부산 북구 덕천동 한 2층 주택. 1층 뒤편 3.3㎡가량의 부엌문을 열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앞쪽 이발소의 사정도 마찬가지.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장판 아래에선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

집주인 김모(62) 씨에 따르면 2년 전부터 비만 오면 1층에는 빗물과 오물이 가득 찬다. 집이 경사 20도가량 내리막에 36년 전 지어져 노후화에 따른 현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주택 위쪽 하수관거에 빨간 색소물을 흘리자 모두 집 안으로 스며든 것이다. 실제 하수관거 안쪽의 부식 상태는 심각했다. 쇠꼬챙이를 쑤시는 곳마다 쑥쑥 들어갔다.

문제는 집 밑으로 오수가 스며들면서 지반이 약화돼 건물 붕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원래 옆집과 50㎝가량 틈이 있었지만, 지금은 옥상과 옥상이 거의 맞붙은 상태다. 콘크리트 담장 곳곳에는 균열이 생겼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안전점검을 했더니 옆집은 건축물의 기울어짐이 심하게 발생해 지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수차례 북구청에 실태조사를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주변 가구의 상황도 비슷해 대규모 주택 붕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북구청은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하지만 예산문제로 당장은 어렵다. 오는 27일부터 하수관거 정비만 우선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