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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피멍 드는 동심 <3> 학대의 온상, 가정

집에서 '피붙이'에 의한 폭력 빈발… 왜곡된 가정환경 탓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13-05-22 20:15:4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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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도시철도 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사진전. 국제신문DB
- 부산 작년 339건, 매년 증가세
- 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89%
- 피해자 10~12세 가장 많은 비중

- 다문화가정은 일반가정의 3배
- 정서학대 비율 40% 육박 특이점

#사례1. 진우(11·가명)와 진수(9·가명) 형제에게 아빠는 엄마를 폭행하는 사람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미혼모로 두 아들을 출산한 엄마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아빠가 있어야 한다며 친아빠 집 인근에 살며 왕래해 왔다. 하지만 아빠는 진우 형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찾아와 엄마를 때렸고, 진우와 진수는 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폭행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엄마는 술에 의존하기 시작해 결국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다.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엄마 때문에 아이들은 방치되기 일쑤였다. 이웃집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늦게까지 찾아가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이웃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사례2. 혜진이(9·가명)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왔을 때 기관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멀쩡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온 몸이 크고 작은 멍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아빠·새엄마, 오빠들과 함께 살던 혜진이에게 집은 끔찍한 곳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들어온 새엄마는 이유도 없이 혜진이를 때리는 날이 많았고 친오빠 2명은 보호해주긴커녕 동생에게 성추행이라는 몹쓸 짓을 일삼았다. 간 경화를 앓던 혜진이 아빠는 별다른 경제활동도 하지 않았고, 집안일에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혜진이를 지켜줄 사람은 친할머니밖에 없었지만 할머니는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혜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아동학대가 매년 증가 추세다. 부산지역에서 판정받은 아동학대 사례는 2010년 256건에서 지난해에는 33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사례를 분석해 보면 339건 중 중복학대가 171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이 106건, 정서 학대가 41건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아동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는 성 학대도 매년 1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나이로 보면 10~12세가 7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13~15세가 75건이었다. 특히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0~3세가 56건으로 세 번째를 차지했으며 반대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16~18세도 33건이나 됐다.

특히 전체 아동학대 10건 중 9건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왜곡된 가정이 아동학대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정받은 339건 중 303건(89%)이 친부모, 계부모, 양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부모에 의한 학대는 매년 증가 추세로 2010년 235건(전체 256건), 2011년 258건(전체 291건)으로 늘어났다. 부모와는 별도로 조부모, 부모의 동거인에 의한 학대도 매년 10건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아동학대 판정 사례의 약 95%가 가정 내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내 아동학대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1년 전국에서 접수된 다문화가정 학대 사례는 231건. 신고 건수는 많지 않지만 전체 다문화가정 수와 비교하면 일반가정에 비해 3배가량 높다. 특히 부모에 의한 학대가 87%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다문화가정은 정서 학대의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점이 특이한데, 이는 다문화가족의 특성상 언어소통의 문제, 생활습관 및 양육방식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조유진 팀장은 "4명의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빠가 유독 한 아이만 학대해 그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집 나간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며 "학대 가정의 상당수가 이혼, 가출, 알코올 중독 등 정상적이지 않은데,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이들한테 푸는 과정에서 학대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 가해자와 분리 어려워 재학대 무방비 노출

- 피해자 10명 중 6명 원가정 복귀
- 발생장소도 가정이 10건 중 9건

소정(11·가명)이는 지난해 학교에 간 날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엄마가 바깥세상이 위험하다며 소정이를 집안에만 가두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간 집에 갇혀 있던 소정이의 유일한 말 상대는 컴퓨터 속 캐릭터였다. 아빠도 있었지만 상황을 크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3월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조사를 진행한 후 엄마로부터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고, 소정이는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됐다. 하지만 소정이의 학교생활은 7개월 만에 다시 막을 내렸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소정이 엄마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정이 엄마는 아빠의 동의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제야 소정이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부모에 의한 학대가 심각한 것은 피붙이에 의해 자행되는 학대이기도 하지만 재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이 아닌 제3자에 의한 학대는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학대의 경우만 봐도 그 어린이집을 그만두면 우선 가해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의 친권을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피해아동 10명 중 6명이 학대가 발생한 원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2011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11년 전국에서 접수된 재학대 신고는 563건으로 전체의 약 9.3%를 차지했다. 이 중 85.6%인 482건이 부모에 의한 학대였고 발생장소 역시 10건 중 9건이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대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 반복되는 이유는

- 부모 정신병력 강제치료 방법 없어
- 가족 2명 이상 동의 실효성 떨어져

가정 내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대 가해자 대한 교육이나 치료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대가 확인돼 격리됐던 아이들은 결국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아동복지법상 아이들을 학대한 부모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학대 가해자의 정신병력 등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다시 아동보호시설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7년 방임으로 신고된 은규(가명·8)는 어머니는 인격장애와 정신분열증을,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과 이로 인한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처음에는 아동을 격리하고 부모를 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아버지는 병원에서 사망하고 어머니는 2년 만에 병원에서 나와 아이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리며 데려가 버렸다. 이후 기관에서 어머니에게 병원 치료를 권했지만 어머니는 사회복지 이야기만 꺼내도 난동을 부리는 탓에 격리는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학대한 부모에게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병이 있는 경우 가족 2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시설로 보낼 수 있지만 학대 가정 자체가 친인척과의 교류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설사 친인척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가정의 일에 개입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동의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김춘희 기관장은 "학대를 부른 부모의 병이 고쳐지지 않으면 학대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강제로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 지원: 아이에스 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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