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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피멍 드는 동심 <1> 어린이집 학대 실태

달래기보단 억누르기 일관… 충격받은 아이는 심리치료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13-05-12 21:03:11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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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주던 할머니도 죄책감
- 가족들에겐 상처로 남아

- 원장은 1개월 자격정지
- 해 넘기고 1심서 집유
-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 관할 구청 행정조치 없어
- 규정 애매해 처벌 제각각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만 생활하지 않는다. 말을 제대로 못할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많다. 종일반을 다니는 아이 경우 주 생활공간이 가정이 아니라 어린이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어린이집이 아이를 대신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성 등 아이의 성장에 어린이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언론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려지면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은 잠깐이다. 대부분 곧 잊혀진다. 피해 실태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대책도 미흡해 학대 사건은 반복된다. 이에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과 가족들이 어떤 후유증에 시달리고, 처리는 어떻게 됐는지를 추적해 봤다.

■가혹한 학대… 심각한 후유증

김진호(가명·3) 군 가족에게 있어 지난 1년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 김 군 가족은 김 군이 해운대구의 한 사설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후 어린이집과 지난한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악몽 같은 기억은 지난해 5월 당시 23개월이던 김 군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시작됐다. 맞벌이를 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어린이집에 손자를 데리러 갔던 할머니는 혼자 울고 있던 김 군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김 군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아야'를 반복하며 계속 울어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할머니는 김 군의 등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손가락 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세게 때린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정황을 파악하고자 김 군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린이집을 찾았지만 교사들은 모두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이 출동해 조사를 벌이자 그때야 원장은 "많이 울어서 등을 토닥여준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김 군은 이날 입은 상처로 상해 2주 진단을 받았으며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판정을 내렸다. 김 군 부모는 원장을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김 군은 당시 충격으로 갑자기 울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여 놀이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건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선 김 군을 돌봐주던 할머니가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원장과의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원장이 김 군의 할머니를 폭행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조사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할머니 스스로도 손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할머니가 김 군을 보기 힘들어진데다 다시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었던 가족들은 결국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사건으로 원장은 자격정지 1개월만 받은 탓에 아무런 지장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해를 넘겨 올해 초 1심 판결이 내려져 원장은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명령 40시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원장은 항소를 했고 그 사이 어린이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1심 선고 후 김 군 가족은 아파트 주민의 서명을 받아 원장의 자격 취소를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챙겨 구청을 방문했지만 지금까지 추가로 취해진 조치는 없다.

김 군 아버지는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할 구청은 행정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원장은 다른 곳에서 또 어린이집을 운영할 텐데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느냐"며 "이런 일을 일으킨 사람은 다시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혼란스러운 규정… 상반된 처벌

지난해 6월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원장이 4살(만2세) 난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특정반찬을 억지로 먹인 사건(정서학대)이 발생했다. 원장은 점심때 아이가 깻잎나물을 먹지 않고 물고 있는데도 계속 음식을 떠먹였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구토를 하면서까지 거부했지만 원장은 오히려 엉덩이를 때리면서 억지로 먹였다. 이 사건은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면서 알려졌고, 부산아동보호종합센터가 학대 판정을 하자 해당 구청은 어린이집에 대해 기본보육료 3개월 지급 중단을 조치했다.

특히 이 사건은 주변 교사들의 증언이 있었고 원장도 학대사실을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시간 120시간 선고가 내려졌다. 해당 원장은 보육교사 자격이 취소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발생한 아동 성학대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부산아동보호센터에 남구의 한 어린이집 남자 보육교사가 성학대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당시 5살(2008년생)이었던 여아는 남자 보육교사가 성기를 만져 아프다는 말을 부모에게 했다. 산부인과 진료 결과 외부자극에 따른 상처가 확인됐고, 센터가 어린이집 원아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의 아이가 추가로 성추행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지거나 온몸을 더듬는 등 구체적인 피해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피해아동 4명 중 1명은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해당 교사는 어린이집을 그만뒀으나 이후 1심 판결에서 무죄 판정이 나오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부산아동보호종합센터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에는 증거로 삼을만한 CC(폐쇄회로)TV 자료가 없었지만 센터 측은 아이들의 증언 등 여러가지 정황을 따져 학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피해 아동 측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 보조금 중단 강제성 없고 자격정지도 수개월 지나야

- 허점 많은 행정 처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아동학대 사건은 형사 사건 처리와는 별도로 해당 구청이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보육사업안내 지침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정이 나면 즉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최대 9개월까지 기본보육료 등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또 영유아보호법에 따라 폭행 등 각종 학대 사실이 최종 판결난 보육교직원은 자격 정지나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행정 처분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3건의 아동학대 처리 과정을 보면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보조금 중단은 법률이 아닌 지침이라 강제성이 덜하다. 어린이집 측이 "지침에 불과한데 꼭 지킬 필요가 있느냐"고 항의하면 할 말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남구 어린이집 성학대 사건의 경우 남구청은 부산아동보호종합센터가 아동학대 판정을 내리자 기본보육료 3개월 치 지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걸었고, 결국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보조금을 받았다.

자격 정지나 취소 처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구청은 학대를 한 교사나 원장이 확정판결을 받으면 정지나 자격 취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1심 판결이 나는 데만 해도 수개월이 걸린다. 항소에 상고를 거듭해 대법원까지 갈 경우 그 기간은 수년으로 길어질 수 있다. 결국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해당 교사 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해운대구 어린이집 폭행 사건도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원장은 그대로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고, 항소한 후 어린이집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했다.

조윤영 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 소장은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은 높아져 가는데 법이나 행정조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늘 만족스럽지 못한 결론이 나온다"며 "아동학대는 법적 근거에 의해 처벌돼야 하는 만큼 관련 규정이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지원: 아이에스 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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