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사건
- 사회적 예방대책 마련돼야
- 물리적 고통 당한 경험, 또 다른 학대로 악순환
"아이의 등에 어른 손가락 자국이 선명해 누가 봐도 때린 게 분명했어요.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다쳤다는 거예요. 아이는 이제 막 돌이 지나 상황설명은 고사하고 누가 때렸는지도 기억을 못했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에는 폐쇄회로(CC) TV 한 대 없습니다. 어떻게 진상을 밝히겠어요. 어린이집은 아동학대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주부 정모 씨)
"상담사례를 보면 학대 경험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미취학 아동은 어릴수록 말로 표현을 잘 하지 못해 후유증 역시 퇴행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매사에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부산 해운대자명병원 소아정신과 김병철 과장)
아동학대. 더는 가정의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 육아와 보육 등이 가정에서 어린이집과 학원으로 상당 부분 옮겨가면서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전면 무상보육으로 어린이집을 찾는 아동의 수가 늘어나고 학원에선 '때려서라도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정서가 보편화되면서 가정 밖 폭력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어린이집에서 발행한 아동학대는 61건이었으나 지난해 135건으로 급증했다. 전체 아동학대도 증가추세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256건에서 2012년 339건으로 늘어났다.
아동학대는 물리적인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학대당한 경험이 또 다른 학대를 불러오는 등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성인기에 독립적인 인격체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행한 '아동학대 현황으로 살펴보는 대한민국 아동의 오늘과 내일' 책자에 나타난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안재진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을 학대한 주양육자 집단의 폭력경험이 학대하지 않은 집단의 폭력경험보다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거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모에 의한 학대도 상당수이지만 강제적으로 부모에 대해 교육을 이수하게 할 방법은 아직 없다. 어린이집 학대 예방책 역시 구멍이 숭숭 뚫렸다. 아이들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CCTV는 꼭 필요하지만, 지역 어린이집 1853곳 가운데 교실 내부에 CCTV가 있는 곳은 14%에 불과하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현재로는 학대를 목격한 사람이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밝혀내기가 어려운 만큼 제도적 대책과 함께 국민의식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