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같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또 불산이 누출돼 작업자 3명이 다쳤다.

작업자들은 사고로 '사용중지'된 불산탱크를 대체할 새 탱크에 기존 배관을 연결하려다 안에 남아있던 불산액이 쏟아져 손과 발 등에 가벼운한 화상을 입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3개월여 만에 같은 곳에서 사고가 재발돼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업자들은 보호복과 장갑 등 방제장비를 착용했으나 사다리 위에서 작업한다는이유로 미끄러질 것을 우려해 내산장화를 신지 않아 발목에 화상을 입었다.

◇사고경위 = 2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 불산 희석액 공급배관 철거작업 중 불산액이 소량 누출됐다.

현장에는 배관철거 협력업체 성도ENG 직원 최모(46)씨 등 5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씨를 포함 작업자 3명이 피부발진 등 이상증세를 보여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는 탱크룸 천장에 달린 불산액 공급배관을 철거하던 중 안에 남은 50% 농도의 불산 희석액이 작업자들의 내산복 위로 흘러내려 발생했다.

삼성은 지난 1월 사고로 CCSS룸 내부 불산 A·B탱크 중 B탱크에 '사용중지명령'이 내려지자 대체할 C탱크를 설치하고 기존 배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누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작업자들이 배관을 절단하자 내산복 위로 한번 '주르륵' 흐른 정도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은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30분께까지 기존배관을 철거하기 위해 내부를 비우는 작업을 한 뒤 절단했지만 불산액이 흘러나왔다"고 해명했다.

◇"여전한 늑장대응" = 지난번 사고발생 하루 만에 당국에 신고해 뭇매를 맞은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고발생 3시간여 뒤에야 당국에 신고했다.

사고 직후 삼성은 자체 소방대를 투입, 10분 만인 오전 11시40분께 부상자 3명을 응급조치하고 사고현장 중화작업을 완료했다.

이어 사내병원으로 부상자를 옮긴 삼성은 최씨가 "목이 칼칼하고 손목과 발등에발진이 나타난다"고 호소하자 발생 1시간여 뒤인 오후 12시30분께 3명을 아주대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다시 2시간여 삼성은 외부에 사고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오후 2시40분께 경기도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등에 신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가 경미해 신고 대상도 아니었지만 지난번 사고도 있고해서 당국에 알린 것"이라며 "신고시각이 3시간여 지체된 것은 내부에서 현장상황을파악하고 초동조치를 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다.

◇피해상황 =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는 불산 배관 설치 및 철거 협력업체인 성도ENG 소속 관리자 1명과 작업자 4명.

관리자를 포함 2명은 별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아 사내 병원에서조차 검진을 받지 않았다.

최씨 등 3명은 불산희석액이 내산복 위로 흘러 손목과 발목 등에 1도 상당의 화상을 입었다고 아주대병원 의료진은 밝혔다.

작업자들은 내산장갑과 고글, 마스크, 방제복 등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사다리로올라가 작업하느라 규정상 착용해야 하는 내산장화를 신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6시 현재 아주대병원 '1일 관찰구역'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부상자 3명은 모두 의식이 있고 부상도 가벼운 상태다.

사고 직후 경기도가 사업장 주변에서 오염도를 간이측정한 결과 불산은 검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번엔 불산액이 뿌옇게 연기로 기화(흄)돼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이번엔 흄현상이 없어서 부상도 경미했다"며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