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국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가 7일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증언록 '나를 잊지 마세요'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 도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분해서 눈을 못 감겠다. 사죄를 받아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 여러분이 힘을 써 달라."

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올해 아흔 여섯인 김복득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나가자 참석자들은 모두들 숙연해졌다. 이날 행사는 일제 강점기 때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김 할머니의 일대기를 다룬 '나를 잊지마세요' 출판기념회. 김 할머니는 인사말에 앞서 자신의 지난했던 삶이 담겨 있는 동영상을 지켜보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하얀 손수건으로 연신 훔쳐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2층 강당을 가득 채운 300여 명 하객들의 눈가도 촉촉히 젖어들었다. 그는 국내에 생존해 있는 최고령 위안부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이 책에서 '나는 '위안부 후미코' 였다'며 '하루에 보통 10여 명이 넘는 군인들을 상대했다. 나를 상대한 대가로 군인들이 군표를 주었지만, 저녁이면 관리인들이 도로 거두어 갔다'고 참담했던 기억을 적었다. 또 '매일 군인들이 방 앞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 흐르는 눈물은 말라붙고 아픈 몸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임신한 위안부는 더는 이 생활을 할 수 없는 귀찮은 존재일 뿐, 일본군은 가차없이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으로 간단히 처리했다'고 당시의 처절함을 기록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을 향한 내 외침이 비록 작은 울림이지만, 저 멀리 가는 메아리가 되어 일본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말을 맺었다.

'나를 잊지 마세요'는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만든 위안부 관련 교육자료다. 지난해 8월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통영에 거주하는 김 할머니를 위문하면서 "증언록을 만들어 학생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제의했고, 김 할머니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도교육청은 이후 학교 현장에서 역사,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중심으로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필위원회'를 구성해 약 6개월에 걸쳐 일대기를 기록했다. 초·중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 할머니의 증언과 자료 화면으로 구성한 동영상 CD도 만들어 교재와 함께 보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