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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9> 학장천살리기 주민모임

쓰레기 나뒹구는 하천 살리기로 시작…환경특강 등 다양한 활동

  • 국제신문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13-02-27 20:11:4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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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회원인 중고생과 주부들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쓰레기 줍기를 비롯한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구덕천부터 하천정화활동

- 2000년 주민 20여명 모임 결성
- 매주 청소하고 현장 모니터링
- 3년 만에 전국 강 대회서 수상
- 물고기·왜가리 등 찾는 2급수로

# 지역과 함께 하는 모임

- 청소년 대상 생태탐방 등 마련
- 사무실엔 환경도서 수백권 비치
- 인근 고교엔 환경동아리도 생겨
- 주민 주도한 마스터플랜 수립도

지난 2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 구덕천. 하얀 목장갑을 낀 중고교생 30여 명과 10여 명의 주부는 분주했다. 이들은 포대 안에 플라스틱 막걸리 페트병과 음료수 캔 등 하천 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주워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 모두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이하 학장천모임) 회원. 매주 토요일마다 학장천과 지류인 구덕천 환경정화활동에 나서고 있다.

■악취 나는 4급수, 물고기 뛰노는 2급수로

모임은 2000년 10월 결성됐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서 엄궁동까지 평균 너비 30m 길이 7.4㎞로 이어지는 학장천은 결성 당시만 해도 누가 봐도 '죽은 하천'이었다. 각종 음식물과 생활쓰레기가 하천 곳곳에 나뒹굴고 동물 주검이 썩어 갔지만, 치우는 사람은 없었다.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학장천모임 강미애(49) 대표는 "이곳 주민은 봄이 돼도 악취 때문에 창문 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수관거가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아 하천 자체가 '하수구'였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는 이웃 주민과 자녀, 동료의 부모 등 지역주민 20여 명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자녀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일념으로 하천운동을 시작했지만, 막상 적은 인원으로 큰 하천을 살리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우선 학장천의 지류인 구덕천 하류 480m 구간부터 정화하기로 했다.

매주 정기적으로 하천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끌어냈고, 하천 주변에 나뒹구는 것도 깨끗이 치웠다. 더뎠지만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3년 만인 2003년 9월 '전국 강의 날 대회'에서 '정겨운 동네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하천 정화 활동에 나선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덩달아 부산시에서도 사업비 지원에 나섰다. 만 12년이 지난 현재 구덕천은 피라미와 개구리가 뛰어놀고 왜가리가 찾아오는 2급수 하천이 됐다. 이와 더불어 2008년부터 학장천 생태계 복원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매주 한번 하천을 찾아 청소와 모니터링을 하는 것 외에도 학장천모임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아동과 청소년에게 자연 및 인간과의 공존관계를 이해하게 하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끔 '어린이 청소년 물빛지기단'을 결성한 뒤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학장천모임의 지도로 ▷부산 도심하천 생태 탐방 ▷철새 탐조 ▷숲 체험활동(나무이야기, 나뭇잎 탁본 뜨기, 자연물 세밀화 그리기) 등을 펼친다. 또 매년 이 같은 활동 후 소감을 발표하는 '어린이 청소년 환경포럼'도 진행된다.

100㎡ 규모의 사무실은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매월 한 차례 '환경특강'을 연다. 여기에는 ▷부산의 하천 ▷안전한 먹거리 ▷대안 생리대 만들기 등 다양한 강좌가 포함됐다.

사무실 내에는 '에코 쌈지 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10년 넘게 조금씩 책을 모으다 보니 책장에는 환경 관련 서적 수백 권이 꽂혀 있다. 회원끼리 환경 도서를 읽고 토론하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이웃에게 건네주는 '독서 릴레이'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지역 각종 생태축제에 참여해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하천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운영상 어려운 점에 대해 학장천모임 관계자는 "공익적 활동이지만 부산시와 구 등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 회원 회비만으로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재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정회원 확대와 후원금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인근 고교에 '학장천살리기' 동아리도

토요일마다 사무실은 수십 명의 고등학생으로 붐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덕고등학교 환경동아리 '리넘' 회원들이다. 학장천모임의 회원인 어머니 손을 잡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장천 정화활동에 나섰다가 고교 진학 후 '하천 살리기' 동아리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리넘'은 '안수리움크리스털리넘'이라는 꽃의 줄임말. '당신의 친절에 감사한다'는 꽃말을 따서 하천이 주는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 환경정화에 나서겠다는 의지에서 동아리 이름을 정했다.

매주 토요일 사무실을 방문해 환경 관련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관련 내용에 관해 토론을 벌인 뒤 구덕천과 학장천 청소에 나서고 있다. 리넘 3기 회장인 윤준경(19) 군은 "단순히 친목 도모만 하는 다른 모임과는 다르게 자연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해서 좋다"며 "특히 토론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학교 수업에도 적극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한 1기 선배는 후배에게 멘토가 돼 주고 있다. 지난해 부산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강길우(21) 씨는 "7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학장천 정화에 나섰다가 동아리까지 결성하게 됐다"며 "후배들이 대학생이 되면 나는 사회인이 될 것이고, 유대관계를 계속 이어가면 모임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져 학장천 살리기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을 하천 운동의 메카로

학장천 모임은 하천의 지점별 실태 조사로 정보를 수집한 뒤 분석하고 있다. 또 주민 상대로 '아이가 꿈꾸는 미래 학장천 그림 전시회'와 주민이 바라는 학장천 유형조사를 시행했다.

이 같은 결과물을 토대로 2007년 3월 주민 주도의 '학장천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 대표는 "하천 정비를 통해 학장천을 살린 주민이 '생태 거점 공간'으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 대표는 최근 동천과 수영강 살리기 등 하천재생사업에 대한 바람이 부는 만큼 부산이 하천운동의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눈에 부산의 하천 현황을 볼 수 있는 '하천생태 교육관'이 들어서야 한다"며 "일본의 '온가가와 수변관' 같은 곳이 전국 최초로 부산에 들어설 수 있도록 부산시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서부산 하천 방치 보고 참여 결심…제방 포장 놓고 주민과 갈등하기도"

■ 강미애 주민모임 대표

   
"제 이름이 '강미애'잖아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강을 가꾸라'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 한자 의미는 다르지만, 하천 살리기 운동은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강미애(여·49·사진) 대표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에서 손꼽히는 하천 생태계 살리기 전문가가 됐다.

강 대표는 2000년대 초 동래구에서 진행한 온천천 정비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자신이 사는 사상지역의 하천은 더 심각하게 훼손됐지만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 대표는 "사상공단 등이 있는 서부산권이 부산 경제를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성과물을 동부산권이 다 가져가는 느낌이 들었고 가만두고 볼 수만은 없어 학장천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았다. 학장천 제방을 콘크리트로 포장한다는 구청의 계획에 반발했다가 주민과 갈등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그는 "하천마저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되겠나.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는 것에 반대한 것인데, 주민은 비 오는 날 질퍽거리는 땅이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방은 포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반반씩 나뉘어 있다.

강 대표는 "12년 동안 치우고 또 치웠는데 아직도 학장천과 구덕천에 쓰레기가 눈에 띈다"며 "하천이 다시 살아나고 깨끗한 자연환경이 조성돼 사상구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사상구를 위해 노력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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