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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인문관 전경. 부산대 인문대학은 지역 사학과 설화 같은 부산 인문학의 산파 역할을 했다. 건축사진가 조명환 제공 |
# 김석희 '사학계 큰어른'
- 부산독립운동사 등 학문적 성과
- 후학 양성·연구소 개설 이끌어
# 김승찬 '민중과 함께'
- 민간신앙·세시풍속 연구 매진
- 지역설화 소설로 풀어내기도
# 박재환 '현재에 관심'
- 일상성·일상생활연구회 조직
- 인문학 연구 초점의 대전환
# 김대래 '지역경제사'
- 부산학연구센터 활동 등 통해
- 현황 분석·정책적 대안 모색
현대사회 이전에는 학문은 일부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 특히 인문학은 지배층만이 누릴 수 있었으며, 중간계층이나 운 좋은 하층민은 기술교육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제도화된 국가기관은 극소수였다. 대부분 도제관계로 사사하거나 개인이 만든 조그만 학당 형태의 사적인 것이었다. 근대 이후 사회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사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여러 사회제도가 발전했다. 학문과 교육도 전문화된 제도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학문에 있어 대학이 중추적인 기능을 맡게 됐다. 오늘날 다양한 실용적 학문과 지식은 정부와 기업 등이 만든 각종 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담당하기도 하지만, 순수학문의 성격이 강한 인문학은 아직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대학의 설립과 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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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희(왼쪽), 김승찬 |
일제 강점기까지 부산에는 대학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내 1945년 해방이 되자 전국적으로 대학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이 부산이었다. 그해 10월 설립기성회가 조직되고 다음 해 5월 한국 최초의 국립대학인 부산대가 개교했다. 초창기 부산대는 기존에 일제가 만든 부산고등수산학교를 통합해 인문학부와 수산학부로 이루어졌다. 규모가 컸던 수산학부가 부산수산대학으로 독립하면서 문리학부, 법학부, 상학부로 편성됐다. 인문학은 문리학부에 속해 있었는데 철학, 국문, 영문, 사학 분야가 존재했다.
사립대학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동아대학이 1946년 11월에 개교해 이듬해 12월에 문교부로부터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동아대학은 법학부와 문리학부의 2개 학부로 구성됐는데 문리학부 내에 문학과가 개설됐다. 1954년에는 신라대의 전신인 부산여자대숙이, 1955년에는 오늘날 경성대의 전신인 경남사범대숙이 국문학과, 영문학과 등을 포함해 개설됐다.
이렇게 설립된 부산지역 대학의 인문학과는 각 학문의 보편적인 내용을 교육하는 데 이어 지역의 학문으로서 고유한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인문학으로서 자기가 사는 지역과 사람에 관한 관심이 등장했다.
■전통적 인문학에서의 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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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왼쪽), 김대래 |
이 같은 움직임은 역사학에서 두드러졌다. 지역이 흘러온 과거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제기됐다. 초창기 지역사의 대표적 인물이 김석희다. 김석희는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부터 부산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의병투쟁, 개항기 부산지역 사회 연구, 일제강점기 부산의 독립운동사 연구 등에서 괄목할 만한 학문적 연구 성과를 남기며 부산 사학계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사 연구의 흐름은 이후 후학으로 이어져 1994년 부산과 경남 지역의 역사연구자, 역사교사가 모여 '부경역사연구소'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부경역사연구소는 자체 학술지인 '지역과 역사' 등을 발간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 연구의 움직임은 대학 안에도 이어져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 부산학연구센터가 개설됐다. 김석희의 제자인 강대민 경성대 교수와 김동철 부산대 교수는 각각 조선통신사학회와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을 맡아 지역 사학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역사기록뿐 아니라 지역민의 입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도 학문적으로 정리됐다. 국문학을 중심으로 설화와 같은 구전문학 연구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승찬 부산대 국문과 명예교수. 그는 "원래 전공인 향가를 연구하다 보니 그 속에 밴 선조의 사상을 연구하게 됐고, 그 사상의 원류인 기층민중의 생활상과 민간신앙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비공식적인 기록인 전래이야기를 넘어 30년 넘게 부산과 경남 지역 민간신앙과 세시풍속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범어와 푸른 뱀'이라는 지역 설화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쓴 책을 발간했다.
■사회과학과 지역학
지역학의 흐름은 전통적인 인문학인 역사학과 국문학뿐 아니라 인접학문인 사회과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학의 이러한 흐름으로는 박재환이 거론된다.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특히 국내에서 일상생활 사회학 분야를 개척했다. 일상은 사람이 살아가는 구체적 현실로서, 결국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관심으로 표출됐다. 박재환은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후학을 양성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일상성·일상생활연구회를 조직했다. 인문학에서의 연구가 지역의 과거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그는 연구회와 함께 펴낸 여러 저작을 통해 지역의 현재를 새롭게 조명했다.
계량적 연구가 주류인 경제학에서도 지역학 움직임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지방자치제의 발전과 더불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경제의 현황과 특징을 연구할 뿐 아니라 여기에 지역 경제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지역 정체성과 나갈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대래 신라대 교수를 중심으로 신라대 부산학연구센터가 부산의 경제와 경제사에 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는 2002년에 설립됐다. 지역학 연구와 이를 뒷받침할 연구 기관의 설립 필요성은 1993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재원과 인력문제로 지지부진하다가 부산시 정책개발실이 연구원에 통합되면서 성사됐다.
부산학연구센터는 다양한 발간사업을 통해 부산학에 관한 연구와 소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펴낸 부산학총서는 부산의 정체성 확립과 시민의 자긍심 고취,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부산학연구, 부산학교양총서, 국제지역학 연구, 부산학기획연구, 부산학자료집 등의 시리즈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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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래 |
특히 부산학교양총서는 다른 발간물이 논문이나 학술적 연구물인데 반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대중교양서로서 부산의 정체성과 특징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부산문화답사기 I·II'를 시작으로 2011년 '부산의 길을 읽다', 2012년 '사건과 기록으로 본 부산의 어제와 오늘'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일래 부산대 사회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