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노조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이진우 프리랜서

- 무력진압 땐 강경대응 의지
- 사측·새노조 "점거 풀어야"

한진중공업 사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가 한 치도 양보 없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금속노조와 사측, 새 노조는 해결 방안 모색 없이 서로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최강서 씨의 시신이 안치된 관을 들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진입한 금속노조 측은 농성 이틀째인 31일에도 냉동탑차 반입을 요구하고 있다. 최 씨의 시신은 조선소 안 정문 앞에 안치돼 있으며 50여 명이 주변을 지키고 있다. 조선소 안에는 진입 당시 함께 들어갔던 최 씨의 유족과 집회 참가자 140여 명이 회사 측과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에는 시신 보존을 위해 드라이아이스가 두 박스 정도 전달됐다. 사측이 냉동탑차의 조선소 진입을 막아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전달된 드라이아이스는 시신을 이틀 동안 보존할 수 있는 양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드라이아이스 추가 반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최강서 씨 시신이 훼손된다면 회사와 경찰의 책임이다. 회사는 고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 없는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유서에 '158억 원 손배소 철회, 민주노조 탄압 중단'을 남긴 최 씨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만일 경찰이 조선소 안으로 들어와 무력 진압을 한다면 또다시 크레인 위로 올라갈 준비가 돼 있다며 회사와 경찰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미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장기 농성을 경험한 데다 2003년에도 김주익, 곽태규 씨의 죽음에 이은 시신 투쟁을 겪은 바 있어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시위대가 조선소 점거를 중단하고 시신과 함께 조선소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대화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신규 수주가 임박한 상황에서 회사 정상화를 저해하는 농성을 중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새 노조도 가세해 "지회 측의 극단투쟁으로 우리의 일터가 또다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 외부세력들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한다"며 금속노조를 향해 각을 세웠다.

경찰은 노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면서 개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