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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3> 부산 금정구 '금샘마을공동체'

'아이 걱정'에 뭉친 부모들 '사람 사는 맛' 나는 마을 만들다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3-01-16 19:59: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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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남산동 금샘마을공동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자녀교육 위해 모인 학부모 10명
- 2006년 '마을도서관건립위' 결성
- 2008년 개관 후 소외아동 등 돌봐

- 북카페·마을가게·청소년센터 등
- 주민 자발적인 참여로 규모 확대
- 자연스레 이웃과 연결고리 형성

- "같은 목적으로 어울린 구성원들
- 열정 넘치는 활동이 가장 큰 힘"

2000년대 들어 만들어진 마을공동체는 '가까운' 이웃 보다 '뜻이 같은' 이웃이 모여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금샘마을공동체(이사장 송해근)'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뜻을 모아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활동센터 등을 가꿔낸 교육공동체이다.

■도서관으로 모여드는 동네 주민들

   
도서관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큰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모습.
"선생님, 큰 그림책 읽어주세요."

지난 15일 오전 11시 부산 금정구 남산동 길가 상가 2층. 3~5세 가량 된 어린이 20여 명이 두툼한 옷을 입고 금샘마을도서관에 들어섰다. 썰렁한 기운이 완연했던 도서관은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가득차며 활기를 띠었다. 금샘마을도서관에는 매주 2회씩 남산동 어린이집 7곳이 돌아가며 찾아와 책을 읽고 자원봉사자의 동화구연도 듣고 간다.

도서관 옆 사랑방에선 금샘마을공동체 소모임 '큰그림책만들기' 회원 8명이 앉아 물감으로 동화 삽화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소모임 회원들은 매주 1회씩 모여 여러 아이들이 보기 쉬운 큰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의 동화구연에 쓰이는 큰그림책을 엄마들 스스로 만든다는데 자부심과 열정이 남달라보였다.

배꼽시계가 울릴때쯤 도서관 한가운데 자리잡은 커다란 테이블에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매일 도서관과 사랑방을 찾은 엄마들이 반찬 한두가지씩 가져와 어울려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다. 금샘마을도서관 이경화(여·37) 실장은 "도서관을 찾는 이웃끼리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 우리만의 '자랑'이다"며 "남산동 주민들이 7년여간 부대끼며 정을 쌓아 이젠 가족같다"고 말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금샘마을공동체의 시작은 '금샘마을도서관'이었다. 2006년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학부모 10명이 모여 동네 마을도서관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도서관건립위원회를 결성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학부모들은 동네 놀이터, 소공원 등에서 영화상영 이벤트를 시작하며 주민들에게 도서관 건립의 뜻을 알리고 후원을 부탁했다. 도서관준비위원회가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한 끝에 2007년 보증금 300만 원짜리 33㎡ 남짓한 공간을 확보했다. 아버지들이 직접 벽지를 바르고 전등을 달았으며, 보육교사회 등 후원 단체에 부탁해 어린이책을 기증받은 끝에 2008년 도서관을 개관했다.

도서관을 준비하면서 교육 문제에 눈을 뜬 학부모들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로 눈을 돌렸다. 좀더 체계적인 교육공동체를 운영하고자 2007년 사단법인 금샘마을공동체 등록을 하고, 학부모들의 후원 아래 지역아동센터 문을 열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사이 한구석에 있던 금샘마을도서관은 2011년 도로가 건물로 확장 이전했다. 부산시 마을기업사업 지원을 받아 도서관 규모를 늘리고 북카페도 열었다. 또 도서관 한켠에 사랑방을 만들어 옛이야기, 큰그림책만들기, 빛그림그리기 모임 등 엄마들을 위한 소모임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소개, 판매할 수 있는 마을가게까지 더해졌다. 처음엔 냉랭하던 동네 이웃들도 도서관을 드나들며 뜻을 모아줘 든든한 후원자도 200여 명으로 늘었다.

금샘마을공동체는 지난해 11월 '청소년활동센터'를 열었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다며 고민 끝에 십시일반 힘을 모아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금샘마을공동체 김명옥(여·40) 사무국장은 "자녀의 교육을 걱정하다보니 자연스레 영·유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 단계별 교육공간이 필요하게 됐고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하나둘씩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필요'에 의해 힘 모아

금샘마을공동체 활동 인원은 30여 명 가량. 초창기에 비해 활동 인원과 후원자가 크게 늘었다. 구청 등 공공기관 도움 없이 주민 스스로 자본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서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활동센터까지 꾸리게 된 사례는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금샘마을공동체가 지금 단계까지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사람의 힘'이 컸다고 대답했다. 그는 "금샘마을공동체는 주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덕에 구성원들이 각자 열의를 갖고 활동해줬다"며 "누가 강제로 하라고 했다면 할 수 없었겠지만 학부모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만큼 모두가 열정이 넘쳐 힘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관 이 실장은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도서관을 드나들며 자연스레 후원자가 되고, 소모임에 참여하며 이웃 주민과 어울리고 뜻을 함께 하는 식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뭔가 성과를 내면서 여기에 보람과 재미를 느낀 이웃들이 많아진 것이 공동체의 힘이자 원동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운영하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개별 부담 역시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금샘마을공동체는 도서관을 주축으로 후원자를 더 늘리고, 북카페를 활성화해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국장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도시에서 공동체 생활에 발들이다보니 나 자신과 가족이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주민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공동체야 말로 끈끈하게 엮어 함께할 수 있으며 '사람사는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 주민의 든든한 수입원 '마을기업' 뜬다

- 선정되면 市가 부대비용 지원

   
금샘마을공동체 도서관과 북카페, 모임방, 마을가게 등이 갖춰진 내부. 김성효 기자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대안으로 '마을기업'이 뜨고 있다.

마을기업이란 마을 주민이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 신청하면 시가 여기에 필요한 부대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금샘마을공동체가 도서관을 확장하면서 시작한 북카페도 마을기업에 속한다.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2년에 걸쳐 8000만 원(1차년도 5000만 원, 2차년도 3000만 원)을 지원받아 공간 확보, 재료 및 기자재 구입 등 사업의 기반을 갖추는데 도움받을 수 있다. 시는 기존의 '지역공동체사업'을 확대시켜 2011년부터 '마을기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매년 국·시비 13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산 마을기업은 45개. 미역·다시마, 비누, 매실, 빵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 상품화시켜 판매하며 조금씩 수익을 창출한다. 기존 마을공동체 외에 남항고기빵상인조합 같이 활동지역을 기반으로 한 조합 형태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시는 올해 자갈치시장 내에 '마을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각 마을기업이 만든 제품을 전시, 판매해 이들의 사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기업은 주민이 함께 이익을 창출하며 경제적으로 공동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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