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는 온천천 풍경. 국제신문 DB

기획시리즈 '부산 도심하천 생명의 길을 찾다'를 마무리하면서 전문가들은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하천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활하수와 오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도시 인프라를 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하천 생태복원사업을 시작할 때 관리체계와 시민의 이용편의를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분류식 하수관거 도입, 초기 빗물 유입 차단도

■ 이병헌 부경대 환경공학과 교수

- 부산시의 하천 복원 작업, 남천 등 옛 하천으로 확대를
- 주민들과 하천 생태계 교감, 먼저 고민하고 계획 세워야
- 시민 관심과 참여 가장 중요

부경대 이병헌(환경공학과·사진) 교수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정학적 또는 역사적 측면에서 하천 생태계의 복원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1995년께부터 온천천과 수영강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산의 하천복원 작업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미 하수관거로 변한 남천 등 옛 하천의 물리적 회복운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의 재이용과 하천복원에 대해 연구 중인 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는 등 물의 효율적 이용이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로서 물의 효율적 이용에 좀 더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물의 절약운동과 재이용운동은 안정적인 물 공급을 통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작은 하천은 도심의 실핏줄과 같다. 하천 복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수관거 설비의 완성"이라며 "아무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하천 생태계를 복원해도 하수나 오수가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는 경우 깨끗한 하천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의 하천 복원을 위해서는 하수관거의 분류식체계 도입이 필수적이다. 합류식 하수관거는 비가 내릴 때 대부분의 오염물질을 하천으로 방류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분류식으로 하수 시스템을 바꾸기만 해서는 효율이 떨어지며, 높은 오염물 농도를 가지고 있는 초기 우수가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산에서 시작될 동천이나 초량천 복원과 관련해서도 여러 조언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하천의 복원은 주민의 접근이 용이한 친수공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영강처럼 하천의 좌우가 도로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는 시민들이 하천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하천 복원을 시작하는 계획 단계부터 어떻게 주민들이 하천 생태계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 편의를 우선한 하천살리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방법으로 일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산시나 정부가 하천복원을 말하기 전에 시민사회가 먼저 의제로 끌고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먼저 하천복원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갖지 않는다면 정부나 부산시의 의지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 교수는 "부산은 아직 상수원수로 하천을 이용하고 있다. 낙동강의 보호와 안전한 상수원인 댐물의 확보는 별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면서 "수질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낙동강을 벗어나 남강댐 등에서 깨끗하고 안전 상수원을 확보하는 것만이 부산시민의 간절한 열망인 안전한 수돗물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 하천 복원과 더불어 관리 방안 신경써야

■ 최대현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 하천 관리 명확한 규정없어 무분별한 정비 반복적 시행
- 수변식생 제대로 안착 못해
- 부산 물 관련 자료 정밀조사, '물순환 생태도시'의 시발점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최대현(사진) 사무국장은 "하천 복원 못지 않게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천천의 경우 시민들이 많이 찾는 친수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아직도 관리 측면에서 부실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 "온천천에 낙동강물을 끌어와 유량을 확보하면서 수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세병교 위 사직천 합류지점부터는 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수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합류식 하수관거로 인한 오수 유입, 징검다리 등 횡구조물에 의한 물 흐름의 정체가 수질을 망치는 요인이지만 온천천 하류만 놓고 보면 반복적인 하천정비로 인해 아직 수변식생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 하천 관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무분별하게 반복적으로 하천정비가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산지역의 하천 생태계 복원에 대해 "항상 시민을 중심에 놓아야한다. 또 수질이 개선되어야 생태계가 살아난다"면서 "동천은 수질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하수관거 개선 등 노력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서면 복개도로나 영광도서 앞 등을 복원하는 것까지도 부산시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초량천도 하천복원사업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하천생태계가 갖는 문화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삶의 질과 연계해서 생각할 때 하천복원은 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사무국장은 "격조 높은 도심마을은 푸른 숲과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면서 "도심 하천을 통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 꽃과 나비를 좋아하는 사람들,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 물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등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문화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하천은 정서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부산시에서 내년부터 '물순환 생태도시'로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의 효율적 이용, 현명한 이용을 위해 물에 대한 정밀한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면서 "우선 상하수도를 비롯해 하천수 지하수 빗물 중수도 등 물과 관련된 자료들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물순환'을 내세우며 온천천 학장천 등에 지속적으로 낙동강 물을 끌어다 흘린다면 이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에는 2003년 5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창립한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가 있다. 앞으로 하천복원사업은 행정과 민간단체간의 관계를 뛰어 넘는 SNS 등을 통한 시민주도형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태하천 도약 위해 모니터링 개선 필요

■ 유평종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부장

- 하천 서식 생물종류만으로 수질 상태 점검할 수 있어
- 선진 시스템 도입 추진 중 내년 수영강생태복원 참여
- 생물 서식환경 조사 DB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IWA 세계물회의 부산총회'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주관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도심하천 전문가와 '도심하천 복원 성공 사례' 워크숍을 열고 전문가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부산의 도심하천 되살리기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건환경연구원 유평종(사진) 환경연구부장은 "부산 동천과 온천천 복원 사례를 소개하자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부산이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시 산하 보건·환경 분야 연구 전문기관으로, 2000년대 초반 부산시가 도심하천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하천별 수질상태와 생물 서식현황 연구조사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연구기관과 교류하며 생태하천 복원 성공 사례 연구와 수질 모니터링 방법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유 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온천천 동천 대천천 수영강 춘천 등 지역별 특징에 맞게 도심하천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보건환경연구원은 하천별 수질 개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도심하천에 유지용수를 공급하고 친수공간 조성 등의 노력으로 수질 개선 효과는 물론 서식하는 동·식물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도심하천 복원 사업의 성과를 평가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도심하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 선진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 부장은 "해외 연구기관은 도심하천에 서식하는 생물 종류만으로 하천 수질 상태를 점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 위생환경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도시하천 생태 특성 연구'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유 부장은 "함부르크 위생환경연구원은 물벼룩 등을 이용해 생물독성 모니터링을 실시, 일대 엘베강의 수질 감시를 하는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내년부터 시행하는 '수영강생태복원 2020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우 시 오염 부하, 유속, 수심 조사 등을 통해 연어가 회귀할 수 있는 서식 환경 적절도를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앞으로 보건환경연구원이 생태하천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부산의 도심하천 개선 성과를 소개하는 연구를 진행해 이를 세계학회나 유명 저널지에 발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1981년 부산시 공무원(환경연구직)을 시작해 시 환경보전과 수질보전담당 사무관, 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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