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우한 삶' 대물림 두려워 범행
- 불안 증세에 스트레스 시달려

지난달 25일 세 살배기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창원 주남저수지에 버린 혐의(본지 3일 자 9면 등 보도)로 구속된 최모(여·37) 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불우했던 삶이 아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결국 몹쓸 짓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4일 창원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최 씨는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진술대로라면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어린 시절부터 학대와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후 결국 불우한 삶을 살게 된 엄마의 '학대의 대물림'에 대한 두려움과 '비뚤어진 모정'이 있었다.

가정 불화로 가출하면서도 세 명의 아들 가운데 자신을 많이 닮은 둘째 박모(3) 군만 데리고 나왔을 정도로 아들을 아끼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들을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한 최 씨의 삶은 어땠을까.

최 씨는 부모의 가정폭력을 보며 자랐고 자신도 정신·신체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뒤 친척 손에 맡겨져 고아처럼 살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란한 삶을 꿈꾸며 결혼을 했지만 그마저 순탄치 않았다. 결혼 후 남편과 자주 다퉜고 남편과 사회로부터 학대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지난 9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온 최 씨는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지인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평소 박 군이 자주 울거나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족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한 최 씨는 박 군을 집에 남겨두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주 3, 4회씩 박 군을 때리는 등 학대한 것은 다름 아닌 최 씨 자신이었다. 최 씨는 더부살이를 하면서 정서가 더 불안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처럼 아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학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같은 비관적 상황 속에서 최 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아들이 학대받으며 살 바에야 차라리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건강한 부모'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가정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