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서부경찰서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서문 입구에서 생후 36개월 된 아들 살해 피의자 최모(여·37) 씨와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연합뉴스

- "많이 울고 대소변 못 가려
- 함께 죽을 결심" 엄마 진술
- 경찰, 피의자 단독범행 결론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세 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사체유기)를 받고 있는 최모(여·37) 씨는 3일 오후 주남저수지 등에서 실시된 현장검증 내내 취재진들의 질문에 고개를 떨군 채 이같이 답했다.

최 씨는 이날 오후 2시20분께 창원 진해구 경화동 진해루공원에 도착, 현장검증에 응했다. 최 씨는 이곳에서 아들 박모(3) 군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박 군이 용변이 마렵다고 하자 공원 내 여자화장실로 데리고 간 뒤 '아빠가 보고 싶다'고 보채는 박 군을 폭행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이어 화장실 옆 숲길에서 박 군을 다시 때리고, 아들이 숨지자 미리 준비해 온 검은색 가방에 사체를 넣는 장면을 울면서 연출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엄마가 아들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최 씨는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주남저수지에 온 뒤, 가방에 담긴 숨진 아들의 점퍼와 바지를 벗기고 돌덩이 2개를 가방 안에 넣은 뒤 버리는 모습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박 군의 아버지는 차마 그 모습을 다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발길을 돌렸다. 박 군의 유족들은 "그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도 죽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이날 현장검증 전 수사브리핑에서 "남편과의 불화로 지난 9월 가출한 최 씨가 아들 박 군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뒤 가방에 시신을 담아 주남저수지에 유기했다"고 발표했다. 공범 없이 최 씨 혼자 저지른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지인의 집에서 "아들을 남편에게 데려다 주겠다"며 아들과 함께 나와 진해루공원으로 이동한 뒤 오후 4시께 공원 화장실과 숲길에서 아들을 마구 때리고 밟아 아이가 뇌출혈을 일으켜 숨지자 가방에 담았다. 최 씨는 이날 오후 4시20분께 진해루로 자신을 태우러 온 지인 부부의 승용차 트렁크에 박 군의 사체가 담긴 가방을 넣고는 '바람을 쐬고 싶다'며 밀양을 거쳐 같은 날 밤 10시10분께 주남저수지에 도착해 '남은 옷가지 등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며 가방을 들고 나가 저수지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평소 아들이 자주 울고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데다, 음식을 먹으면 토하는 바람에 정이 떨어졌다. 한 달 전쯤부터 아들과 함께 죽을 결심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최 씨는 지인의 집에 머무는 동안에도 아이가 울거나 할 때 구타하고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남저수지에서 가방에 담긴 아이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본 최 씨의 지인 부부가 최 씨를 추궁해 자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최 씨에 대해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으며, 이번 주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