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법복 대신 경찰복과 삼단봉, 무전기 등을 착용하고 일선 지구대 치안현장 체험에 나선다. 판사들은 2인 1조로 지구대 소속 경찰관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 사건 접수부터 처리 과정을 체험한다. 법관들이 이런 방식의 지구대 야간 현장 체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법 이혁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서아람 형사 단독판사 등 9명은 지구대 사건 재판과 관련한 현장 체험을 하기 위해 21일 지구대 치안현장을 직접 찾는다. 판사들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부산에서 치안수요가 많은 연제·해운대·부산진·남부 등 4개 지구대 순찰요원들과 동일하게 근무한다.

법원이 교도소와 소년원 등을 시찰하는 것은 종종 있지만 '일선 경찰 업무'와 관련한 현장 체험 활동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형사 단독판사들은 주로 절도 폭력 등 1년 미만의 징역 혹은 금고형에 해당하는 형사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체험은 지구대 근무실태를 알면 판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이 부장판사의 적극적인 의지로 이뤄졌다. 최근 경찰이 주폭(주취폭력자) 척결에 나서면서 관련 영장 신청 건수와 재판이 많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다. 단독판사들도 이 같은 이유로 지구대 현장 체험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구대 사건을 최종 판결하는 판사들이 일선 현장과 수사 과정을 본다면 서면화된 문서와 법정 진술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현장근무자인 경찰관의 고충을 직접 듣고 재판 이전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체험함으로써 앞으로 재판업무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