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는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영광원전 2곳을 가동중단했다. 사진은 영광원전 6호기 모습. 국제신문DB

- 연말까지 위조품 전면 교체
- 내년 1월 예비전력 230만㎾
- 미가동땐 공급력 200만㎾ ↓
- 100만㎾ 이하땐 정전 불가피

- 정부, 지나친 위기의식 경계
- "최악 상황 발생 않도록 노력"

정부가 영광 5· 6호기에 사용된 미검증품을 전면 교체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원전 2기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9.15 블랙아웃'과 같은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전력당국도 산업체에 대한 강제 절전 등 '초고강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 겨울은 이상기온, 한파 등으로 동계전력 피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발전용량이 각각 100만㎾급 원전 2기가 가동을 멈추면 200만㎾의 공급력이 줄어든다. 영광 5·6호기가 가동중단 되기 전 이미 고장으로 수리 중인 월성 1호기는 언제쯤 재가동이 될 지 모르는 상황이고, 울진 4호기는 1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산하는 11~12월 예비력은 275만~540만㎾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11월과 12월 예비력은 400만~500만㎾였다. 한파가 극심해지는 내년 1월이면 전력수요량도 늘어나면서 예비력이 급감해 230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영광 5· 6호기의 부품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경우를 추산한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일들이 불거져 부품 교체가 지연되면 예비력이 30만㎾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내려가면 순환 정전이 불가피한데, 이는 지난해 '9.15 블랙아웃' 이후 처음이 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수요관리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예비력이 30만㎾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상황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기는 힘들다"고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계, 하계 전력피크기에 대책으로 나왔던 주간 예보, 비상 단계별 전압조절 등의 대책을 병행하면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력당국은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조만간 마련해 이달 중순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우선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요관리를 통해서 170만㎾ 정도를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전기 절약하도록 할 계획이다"며 "그 다음으로는 전년도 대비 전기량 사용을 줄이도록 강제 조치를 해서 일부 전기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기절약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소정의 비용을 정부가 지불할 계획이다.

전력당국은 이와 함께 열병합발전소 개통 준공 시점을 두 달 정도 앞당기는 한편,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 동원 가동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방법 등을 통해서 예비력을 400만㎾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원전 외에 화력발전소 등에서 예기치 않은 자동정지가 발생하게 되면 예비력이 다시 200만㎾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는 좀 더 극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면 전압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수요 조절을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밖에 사전에 약속된 공장들과의 조율을 통해 해당 공장 자체를 한시적으로 가동 정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