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32명에 2284억 손실 입혀
- 피해자 보상 한푼도 못받아
- 가정파탄 등 파장은 현재형

지난 22일 고의 잠적 의혹을 받았던 양재혁(58)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이 석 달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13년 전인 1999년에 발생한 '삼부파이낸스' 사건의 전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해 삼부파이낸스 사건의 파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부파이낸스 사건은 1999년 양 전 회장이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양 전 회장은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투자자 6532명에게 2284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삼부파이낸스 사태는 유사수신업체로 확산되면서 청구파이낸스 등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됐다. 이로 인해 부산과 경남에서만 3만여 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으며 전국적으로는 1조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부파이낸스는 연 25%의 고수익을 미끼로 서민의 돈을 끌어모아 급성장했다. 또 삼부엔터테인먼트와 삼부벤처캐피탈 등 자회사를 잇따라 설립하고 영화사업과 부동산 개발 등에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투자금액을 양 전 회장 등이 개인 비자금으로 빼돌렸고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수익을 배당하는 등 위태로운 상황을 이어갔다.

결국 양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삼부파이낸스는 도산했다. 당시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으로 피해자들은 공적 자금으로도 전혀 피해변제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힘들게 모은 돈을 투자했던 서민의 피해는 극심했으며 가정 파탄 등 후유증이 잇따랐다. 피해자들 중에는 고령의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당수는 13년이 흘러오면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는 피해 변제를 받기 위한 투자자들의 모임도 결성됐지만 현재는 거의 찾기 힘든 형편이다. 삼부파이낸스에 전 재산 5억여 원을 투자했던 A(94) 할머니는 "일부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너무 원통해서 눈을 감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부파이낸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 전 회장은 도산 후 투자자 피해변제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남은 자산 수천억 원으로 정산법인을 설립했다. 규모는 2250억 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 전 회장은 42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