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태평양 고기압 물러나며
- 한반도 둘레 '태풍길' 생성

- 먼저 발생한 태풍 '덴빈'은
- '볼라벤'에 밀려 이상 진로

27일부터 전국을 비상 상태로 몰아넣은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위력이 예상보다 센 것으로 드러나면서 태풍의 이동 경로와 발달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라벤은 특히 강한 바람과 집중호우를 동반한 채 빠르게 북상해 역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위력을 과시했다.

■늦여름 강한 태풍의 전형

27일 오후 8시30분께 찍은 구글의 위성사진. 한반도 전역이 사실상 태풍 '볼라벤'의 영향권에 들었음을 보여준다. 구글 제공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26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7㎞ 속도로 북북서진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같은 시간 볼라벤의 중심기압은 945헥토파스칼(hPa)로 중심부에서는 최대풍속 초속 45ｍ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강풍반경 500㎞의 '매우 강'한 대형 규모를 그대로 유지했다.

기상청은 볼라벤이 28일 새벽 3시께 제주도 서귀포 370㎞ 부근 해상으로 진입한 뒤 오전에는 서해상, 오후에는 북한 옹진반도 부근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8일 늦은 밤이나 돼야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은 늦여름 강한 태풍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췄다. 8월 말~9월 초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에 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여건이 갖춰진다. 또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물러나면서 한반도 둘레에 걸치게 돼 태풍이 이동하기 좋은 '태풍길'도 만들어진다.

특히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유난히 강해 제주도 먼바다와 일본 오키나와 근처 수온이 27~29도로 평년보다 높은 편이어서 볼라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좀처럼 세력이 약화되지 않았다.

기상청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은 "볼라벤이 발생한 필리핀 동쪽 해역의 수온이 30도에 이를 정도로 바다의 열용량이 컸던 데다 고온의 바다 위를 이동하면서 계속 에너지를 끌어모아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고 말했다.

■제14호 태풍에도 영향

볼라벤은 제14호 태풍 '덴빈'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일 대만 해상에서 발생한 덴빈은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초속 38m, 강풍반경 250㎞로 강도 '강'의 소형 태풍이다. 이 태풍은 당초 대만 해상에서 중국 상하이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나 볼라벤의 강한 세력으로 다시 대만 쪽으로 한 바퀴 돈 뒤 북상하는 '이상 진로'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다음 달 1일 태풍 덴빈이 중국 상하이 쪽으로 진입하면서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기상청 송영철 예보관은 "14호 태풍의 진로가 유동적이라 북상하는 과정에서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15호, 14호 태풍이 연달아 북상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