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부파이낸스 남은 자산 빼돌리려 구속 중 회사 세워
- 자산관리인 잠적에 일 꼬여
- 이면계약 등 사기행각 만연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은 알려진 2200억 원이 아니라 40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양 전 회장은 이를 놓고 최근까지도 자산 관리인 하모 씨와 합의를 보지 못해 난감해 했다."
삼부파이낸스 양재혁(사진)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A 씨는 삼부파이낸스 사태가 터진 1999년부터 실종신고가 된 2012년 7월까지 양 전회장의 행적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은 자산 빼돌릴 회사 조직"
A 씨가 전한 양 전 회장의 지난 13년은 파란만장했다. 양 전 회장은 구속이 된 후에도 수시로 신병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해 생활했다. 양 전 회장은 병원에 있으면서 거의 매일 회사 사람들을 불렀으며, 하 씨와 새로운 회사를 세우기로 한 때도 수감 상태였던 2002년이다. A 씨는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을 빼돌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만든 회사"라고 말했다. 2004년 출소한 양 전 회장은 A 씨에게 "조금만 기다려라. 이제 살판날 거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5년 양 전 회장은 A 씨에게 자신이 세운 영화사 대표로 있던 개그맨 B 씨에게 가서 6억 원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어 자신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 영화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삼성동 빌딩을 100억 원가량에 구입했는데, 재산을 숨기기 위해 계약자를 B 씨로 내세우고 자신과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B 씨로부터 6억 원을 받아 양 전 회장에게 건내줬으나 B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양 전 회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돈을 뺏겼다"고 주장했고, 이면계약 사실이 들통나면서 양 전 회장은 강제집행면탈죄로 다시 1년간 구속됐다.
일은 여기서 꼬이기 시작했다. 삼부파이낸스의 자산을 관리하던 하 씨가 이 틈을 타 잠적해버린 것이다. 당시 양 전 회장은 공소시효가 끝나는 2006년까지 기다렸다 하 씨로부터 재산을 받아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양 전 회장과 함께 3개월가량 하 씨를 잡으러 다니면서 삼부파이낸스에서 하 씨의 회사로 넘어간 자산과 관련된 서류를 검토했다. A 씨는 이때 빼돌린 자산이 40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1000억 원으로는 안 된다"
양 전 회장은 2010년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한 모텔에서 A 씨와 투자자 2명, 자신의 동생과 함께 하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고소장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두 달 만에 30명으로 늘어났다. 이때 양 전 회장은 하 씨에게 "당신은 그 사이 죽은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챙기고 나머지는 달라"고 요구했으나 하 씨가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 씨는 2010년 자수해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며칠 만에 다시 잠적하면서 이 사건은 기소중지됐고, 하 씨는 수배됐다.
2011년 A 씨는 양 전 회장으로부터 우연한 기회에 하 씨가 양 전 회장에게 1000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양 전 회장은 "1000억 원으로는 안 된다"며 다 돌려받아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 양 전 회장은 또 '사기꾼 기질'을 발휘했다. A 씨가 카자흐스탄 고위층과 인연이 있는 것을 알고 고가의 광석인 지르코늄 판매권을 사들이려고 했으며, 투자금은 다시 투자자를 모집해 채우려 했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