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서 재범 후 뒤늦게 파악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경찰의 관리 체계가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을 통해서다.

24일 창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정모(38) 씨는 지난 20일 15세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정 씨는 2009년 12월 14세 여중생 강간미수 혐의로 법원이 명령하는 신상정보등록 대상자에 포함됐다.

신상정보등록 대상자는 주소지·이름 등의 정보가 변경된 경우 30일 이내 관할 경찰서에 이를 알려야 한다. 경찰은 대상자의 실제 거주지를 파악하는 등 이들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2009년 당시 정 씨의 주소지는 충남 아산으로 아산경찰서가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아산경찰서는 정 씨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창원시 진해구에서 식당을 하며 생활해왔음에도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지난 3월에야 진해구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 등 신상 정보를 파악해 재범을 예방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다. 성범죄자의 주소와 현재 사는 곳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경찰의 성범죄 관리대상 중 2등급(첩보수집 대상)이며,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는 아니다.

등록 대상자로 포함된 뒤 2년이 넘도록 사실상 경찰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진해에 살던 정 씨는 지난 6~7월 10대 여학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정 씨는 자신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B(15) 양에게 "친구를 데려오면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꾀었으며, B 양이 데려 온 A(15) 양을 상습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제도에 대한 개선과 함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선희 창원성폭력상담소장은 "사후약방문식이 아니라 보다 강제적이고 구속력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성범죄자를 ▷중점관리(아동 대상 2회 이상, 청소년·성인 대상 3회 이상 범죄) ▷첩보수집 관리(아동 대상 1회 이상, 청소년·성인 대상 2회 이상 범죄) ▷자료관리 등으로 나누고 있다. 중점관리 대상자는 월 1회, 첩보수집 대상자는 분기 1회, 자료관리 대상자는 필요에 따라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