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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새벽 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에서 불이 난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응 훈련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부상자를 들것으로 옮기는 장면. |
- 2㎞마다 비상대피소 설치돼
- 열차고장땐 최대 1㎞ 걸어야
- 부산역 오가는 시간 포함하면
- 신속·안전 구조에 매우 취약
국내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경부고속철도 부산 금정터널(21.3㎞) 내부가 비상시 신속하고 안전한 승객 구조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코레일 부산·경남본부가 부산소방본부와 합동으로 금정터널 내 비상대응 특별훈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21일 새벽 1시40분. 승객 100여 명을 태운 KTX 125호 열차는 부산역을 출발했다. 코레일 직원인 승객들은 중상자와 경상자 등으로 나눠 각자 임무를 받았다. 20분 뒤 열차는 터널 안 서울방향 출구를 12㎞ 앞둔 지점에서 멈췄다. 타고 있던 14호 객차에 불이 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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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열차를 사고열차에 연결하고 있는 모습.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기장은 곧바로 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소방당국과 의료시설에 구호를 요청했다. 이에 즉시 출동한 소방관은 중상자를 사갱(경사 갱도) 입구에 있는 구급차까지 들것으로 옮기는 등 원활하게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이는 철저히 사전에 계획된 훈련에 불과했다. 만약 실제 화재 발생과 차량 고장 등으로 열차가 터널 안에 멈춰 서면 승객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훈련은 2번 사갱 바로 앞에서 실시됐다. 하지만 사고 열차가 이처럼 비상출구 앞에 멈춰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터널 안에는 사갱이 2곳, 수직구가 4곳, 구난대피소가 4곳 있다. 2㎞마다 비상대피소가 있는 셈이지만, 열차가 이 중간에 멈춘다면 승객은 최대 1㎞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비상구를 알리기 위해 100m 간격마다 설치된 비상등을 제외하면 터널은 암흑 상태였다.
또 구원열차 연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디젤차인 구원열차는 '연결고리'와 '공기호스' 2개를 KTX 열차 맨 앞부분에 연결하고 사고 열차를 끌고 간다. 이날 이 과정을 모두 진행한 뒤 KTX 열차가 움직이는 데는 30분이나 소요됐다. 부산역에서 구원열차가 오가는 시간은 뺀 것이다.
결국 터널 안 사고 시 탈출하는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실효성이 없었다. 코레일은 이번 훈련이 구원열차로 고장열차를 회송하는 것에만 집중한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화재 훈련과 승객에 대한 응급구호 조치 등 실질적 응급구호 조치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훈련 역시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코레일 정창영 사장은 "비상상황 시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일지 계속 분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소방본부는 터널 안 대형 참사를 우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개선·권고사항을 보냈지만 답변율이 저조하다고 이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터널 내 강제배기 제연설비와 소방전용 무선통신기 설치 등 16건을 요구했지만 회신온 것은 단 2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우리 임무인 2건은 긍정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철도공단의 소관이지만 의무사항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