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제13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모두 끝난 뒤 자원봉사자 뒤풀이에서 영국 그룹 '제임스 월쉬 밴드'가 즉흥 연주를 하며 유대감을 과시하고 있다. 박창희 선임기자

- 국내 최고 록페, 매력 듬뿍
- 부산특유 역동성·개방성 내포
- 자체 이야기 포장 아직 미흡
- 록 스피릿 도시발전 동력으로

부산에 세 가지 큰 즐거움을 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사상구 삼락동(三樂洞)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삼락생태공원은 472만 ㎡(약 140만 평)로, 하천 둔치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자연습지와 철새, 잔디밭, 체육시설, 산책로 등이 어우러져 놀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공항이 가깝고 도시철도가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가족 무고하고, 부끄러움이 없으며, 교육하는 즐거움)에서 지명을 끌어온 게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곳에 지난해부터 한 가지 즐거움이 더해졌으니 부산국제록페스티벌(부산록페)이다. 삼락에 록(Rock)이 보태져 사락(四樂)이 된 셈이다.

부산문화관광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3~5일 사흘간 삼락생태공원 특설무대에서 '제13회 부산록페'를 열었다. 행사 슬로건을 '삼락= 음악·사람·자연'으로 내걸었다. 괜찮은 발상인 것 같다.

올해 행사도 잘 치러졌다. 참가팀이 지난해 27개팀보다 많은 5개국 36개팀(부산 밴드 5개 포함)으로 늘었고, 총 참여 관객이 주최측 집계 12만 명으로 역대 최고다. 경제유발효과가 12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왔다.

수만 명의 관중이 격렬하게 쏟아지는 라이브 연주에 화답하며 흔들고 굴리고 뛰고 하는 모습에서 부산 특유의 역동적 에너지가 읽혔다. 록의 야외공연은 개방적이고 저항적 기질의 부산 정서와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 전면 무료인 것도 장점이다.

지난 2000년 시작된 부산록페는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지산밸리, 인천 펜타포트와 같은 록 페스티벌이 20억~30억 원씩을 투입해 상업주의를 좇는 반면, 부산은 약 7억 원(시비 4억)의 공적 예산으로 록의 향연을 펼쳐낸다.

초기의 하드록 위주 라인업도 최근에는 모던록, 포크록 등으로 소프트하게 바뀌면서 중장년층 관객이 늘고 있다. 부산록페에 와 보고는 또 오겠다고 자청하는 인기 밴드도 적지 않다.

올해 최고 개런티(1억 원)를 기록한 영국 그룹 '제임스 월쉬 밴드'는 지난 5일 밤 자원봉사자 뒤풀이 자리에 기타를 들고 찾아와 즉흥 연주를 해 주기도 했다. 리더인 제임스 월쉬는 다음날 트위터에 '볼런티어들과 함께한 뒤풀이가 인상적이었다. 고맙다'는 글을 남겼다.

부산록페가 업그레이드되려면, 이제부터는 자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륜이 쌓이면서 이 부분에 대한 요청과 당위는 더 분명해진다. 미국 우드스탁처럼 세기적 이벤트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작은 얘깃거리를 브랜드 또는 콘텐츠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 뒷얘기나 참가팀 섭외에 얽힌 사연, 부산밴드들의 성장·좌절기 등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부산록페가 자리잡기까지 민원에 쫓겨 광안리→다대포→삼락으로 옮겨다닌 과정도 이야기다.

삼락 또는 사락은 이런 식으로 스토리의 옷이 입혀져야 생명력을 얻는다. 행사 때마다 확인되는 부산 젊은이들의 역동적 에너지를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일도 긴요하다. 여기서 '부산 록 정신'이 형성된다면 금상첨화다.

부산록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가장 '부산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 부산을 록페가 열리는 도시가 아니라, '록의 도시'로 만드는 큰 이야기가 입혀져야 한다는 말이다. 삼락을 스토리텔링 하면 답이 보일 것도 같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