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 중 음식물 상하는 지경
- 보건당국, 환자 급증 우려

회사원 김영준(60·부산 동구 범일동) 씨는 최근 설사와 구토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식사로 구입했던 도시락을 30분가량 밖에 뒀다가 먹었던 게 탈이 났다. 김 씨는 "짧은 시간이라 큰 문제가 있을까 싶었는데 워낙 더워 금방 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2주 넘게 지속된 가운데 그동안 더위에 지치고 체력이 떨어진 시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17일간 낮 최고기온이 30~34도를 오르내렸고, 폭염(낮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도 7일이나 됐다. 이 때문에 물과 공기, 음식 등에서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올여름 폭염이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전국 식중독지수가 '경고(4~6시간 내 부패 가능, 조리시설 취급 주의)' 단계를 유지하면서 식중독 비상령이 내려졌다. 연일 더운 날씨 탓에 식당에서 비위생적으로 음식물을 처리하거나 식자재를 잘못 관리하는 즉시 식중독균이 확산될 위험이 높고, 야외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음식물이 상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시에 신고된 집단 식중독 증세 역시 8명이 김밥을 사서 2시간가량 바깥에 뒀다가 먹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식중독 환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는 주요 음식점 위생 단속과 식중독 예방을 독려하기 위해 9일 광안리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식품안전 홍보 캠페인'을 열고 손에 형광물질을 뿌리면 세균 분포를 볼 수 있는 뷰박스 등을 설치한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기와 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일 이어지는 더위 탓에 도심 속 오존 농도가 짙어져 눈과 목이 따갑고 호흡기질환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오존 농도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낙동강 중·상류 일대에 녹조현상이 발생하면서 식수를 위협하고 있어 먹는 물에 대한 안전도 담보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기상청은 지난달 25일 발효했던 폭염특보를 이날 해제했다. 부산기상청 송영철 예보관은 "제11호 태풍과 동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동풍이 유입되면서 낮 기온이 다소 떨어지고 있으며, 이번 주말 이후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