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안가 특성상 열기 식지 않아
- 고층빌딩에 열 분산도 어려워
- 내륙보다 열대야 더 자주 발생

최근 회사원 윤성현(35·부산 동래구 명륜동) 씨는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인근 공원에 나가 돗자리를 깔고 쉬는 것이 일상생활로 자리 잡았다. 김 씨는 "저녁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올해 열대야는 예전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여름 부산지역에서는 '폭염'보다 '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시간대 강한 햇빛을 피해 밤에라도 시원하게 쉬고 싶은 시민들의 바람마저 꺾이고 있다.

부산기상청은 6일 부산 아침 최저기온이 27.6도를 기록하면서 14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산기상청이 2000년부터 열대야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긴 기간이다. 앞서 2001년에는 20일(7월 20일~8월 8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졌다.

부산지역에 유난히 열대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해안지역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온난다습한 기류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간다. 그런데 내륙과 달리 해안지역은 수증기가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어 낮 시간대 뜨겁게 데워진 육지가 밤이 돼도 좀처럼 식지 않는다. 도심 속 고층빌딩이 즐비해 열 분산이 어려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기상청 기후과 강길봉 예보관은 "전국적으로 내륙지방보다 해안지방에 열대야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해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기상청은 지난 5일부터 해안가에서 동풍이 유입돼 기온이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당분간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했다. 제11호 태풍 하이쿠이의 영향으로 오는 11일 남부지방에 비가 내릴 가능성도 예측됐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11호 태풍이 일본 해상에서 중국으로 바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강수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