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소향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광화문 연가'. 잘 만든 작품이지만 철저히 '서울산'이란 점에서 지역의 새로운 도전이 요구된다. 박창희 선임기자

- 소향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
- 20·30대 열광, 50대 추억 젖어
- 서울산 뮤지컬에 구경꾼 신세
- '부산표' 킬러콘텐츠 고민해야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부산에서도 통했다. 아니, '먹혔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부산의 뮤지컬 식성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인데, 관객들의 요구조건을 잘 맞춘 맛있는 요리가 나왔다고 할까.

관객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폭이 넓었다. 20·30대는 열광했고, 40·50대는 추억에 젖었다. 17인조 오케스트라 반주에 얹힌 생생한 라이브는 세대 간 벽을 허물어뜨리고 함께 뒤엉켜 박수치며 웃고 울게 만들었다. 공연작품 하나가 다층의 풍경을 연출한 셈이다. 잘 하면, 지역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미친다.

'광화문 연가'를 개관 기념작으로 올린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소향아트센터는 연일 싱글벙글이었다. 장기공연(7월20일∼ 8월5일)도 이쯤이면 더 늘리고 싶어진다. 개막공연은 전석 매진이었고, 1일 현재까지 평균 객석점유율이 80%선, 총 관람객이 1만5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화문 연가'는 음악(노래)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작품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청춘 남녀 간의 삼각관계를 엮은 원작 스토리는 차라리 초라했다. '옛사랑'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등 이문세의 히트곡을 기억하고, 신세대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을 아는 이라면, 작품에 그냥 빨려들 수밖에 없다. 이 음악들을 만든 이영훈 작곡가가 지난 2008년 숨진 것도 하나의 스토리가 됐다. 거기에 윤도현, 조성모, 리사, 송창의 같은 호화 멤버가 참여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가세하니 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광화문 연가'의 초연 제작비는 약 40억 원. 작품이 태어나기까지는 4~5년이 걸렸다고 한다. 치밀한 준비의 산물이다.

직접 가서 보니, '광화문 연가' 못지않게 뮤지컬 전용 공연장인 소향아트센터도 얘깃거리였다. 객석이 무려 1100석에 이르고, 화려한 영상을 지원하는 가습분무시스템과 잔향시간을 1~6초까지 조절하는 잔향가변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다. 실제 이곳의 음향시설은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여린 숨소리, 통기타 소리 하나까지도 잡아내고 있었다.

동서대 측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기획·마케팅을 맡고 있는 인터파크 공연사업본부 강동성 과장은 "최고의 멤버, 최적의 무대·음향 환경에서 최상의 뮤지컬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광화문 연가'를 올렸다"면서 "부산에서도 작품이 좋으면 먹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향아트센터가 선택한 첫 작품이 완전한 서울산(産)이란 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광화문 연가'는 출연진 50여 명은 물론 무대, 음악, 연주, 연출 모두를 서울에서 가져왔다. 내용도 광화문 네거리, 덕수궁 돌담길, 교보문고 등으로 철저히 서울적이다. 여기서 부산은 구경꾼이었다. 구경꾼은 돈을 지불하지만, 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한다.

'광화문 연가'는, 역설적이게도, 언제 '부산표 뮤지컬'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지역에서 뮤지컬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고, 뮤지컬 전문인력도, 콘텐츠(작품)도, 의지도 만나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떤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산문화 킬러콘텐츠(경쟁력 있는 공연물) 발굴사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명품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열린 논의 구조 속에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지역의 역량과 지혜를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광화문 연가'가 '부산갈매기' '해운대 연가'로 둔갑해 전국 순회, 세계 순회할 날이 기다려진다.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