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일반선 혼용 탓 고장"
코레일이 프랑스에서 이전 받은 기술을 국내 지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해 KTX 열차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코레일 정창영 사장은 30일 오후 부산역 5층 본부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랑스에서 기술을 이전 받은 KTX가 국내 지형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운행된 탓에 사고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27일 발생한 금정터널 열차 멈춤 사고(본지 30일 자 1면 등 보도)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프랑스 업체가 건넨 '열차 관리 지침'대로라면 아직 부품 교체시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전원 공급 장치가 고장을 일으키는 일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정 사장은 이번 멈춤 사고가 열차의 냉난방과 조명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보조블록'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조블록 내부에 있는 송풍접촉기(발생한 열을 냉각시키는 송풍전동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가 과열돼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날 열차가 터널 안에서 멈췄다"고 말했다.
보조블록은 18개 객차 앞과 뒤에 한 개씩 있는데 1개의 보조블록에 문제가 생겨 작동되지 않으면 나머지가 열차에 전원을 공급하게 돼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KTX 133호 열차의 앞쪽 보조블록은 출발한 뒤 10분 만에 전기 접촉 불량으로 작동을 멈췄고 뒤편 보조블록이 2시간가량 모든 열차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보조블록마저 과열되면서 열차가 멈췄다.
코레일 측이 밝힌 프랑스 지침에는 열차 1대당 수명이 25년이고 15년이 되는 시점에 '중수선(중간검사)'을 받게 돼 있다. KTX 133호 열차는 2002년에 한국에 들어왔고 시험운행을 거쳐 2004년 4월 1일부터 본격 운행을 시작했다. 따라서 정상운행 8년 만에 이 같은 설비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보조블록 이상'과 '온도감지 장치 이상 신호' '동력장치 고장' 등 부품 문제로 일어난 KTX 정차사고는 지난해에만 11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평지 위주인 프랑스 지형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아 열차는 물론 차 내부 부품이 빨리 낡은 탓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고 원인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철도기술 연구가는 "지형과는 큰 관계가 없다"며 "다른 나라처럼 고속전용으로 선로를 깐 것이 아니라 일반선을 섞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열차에 충격이 가해져 열차 고장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레일이 중정비를 하고 경정비는 외주를 주는 등 차량 정비가 일원화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