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발생한 KTX 열차 운행중단 사고(본지 지난 28일 자 1·3면 보도) 때 만일 화재가 났다면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었을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금정터널에서 긴급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가 빚어질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부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금정터널 사고 당시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 탓에 사고열차 견인과 승객 구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 이날 오후 3시32분께 터널 안에서 열차가 멈춘 뒤 코레일이 보낸 구원열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50분이다. 코레일 측은 "구원열차가 사고가 발생한 선로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원열차를 선로에 올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소방본부가 즉시 출동했어도 승객들의 빠른 구조에는 무리가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장터널(20.3㎞)인 이곳에 소방관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수직구 4곳과 사갱(경사터널) 2곳에 불과하다. 이들 통로와 가까운 곳에 사고열차가 서 있지 않는 한 신속한 구조는 어렵다.
소방본부 측은 "소방관이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현장을 찾아 걸어 들어가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고지점에 도착하더라도 열차에 타고 있는 500명 이상의 승객을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부산 동래소방서와 코레일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 금정터널 안에서 합동 훈련을 펼쳤다. 구조대원의 산소호흡기 장착과 도보 이동에 따른 소요시간과 공기소모량을 측정해 현장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1년에 4번가량 진행되는 이런 훈련은 금정터널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경대 최재욱(소방공학과) 교수는 "실전훈련을 더 철저히 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열차 내에 산소호흡기 등 비상 의료장비를 최대한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