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운행 40분씩 연착 소동
- 코레일·소방본부 공조 허점
27일 오후 3시32분께 서울발 부산행 KTX 133호 열차가 부산역 도착 전 20㎞ 지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1시간20분가량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터널 안에 갇힌 500여 명의 승객들은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 객실에서 더위와 싸우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와 함께 이 열차를 뒤따르던 KTX 135호 등 9대의 열차 운행도 연쇄적으로 40분가량 지연됐으며, 부산역은 환불을 요청하는 승객들로 이날 밤 늦게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사고가 나자 부산시소방본부 등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구조를 요청하는 승객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이들 승객은 급박한 상황을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리면서 더위에 지친 일부 노인들과 여성들은 실신 직전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코레일 부산본부는 구원열차를 이날 4시50분께 현장에 도착시켜 사고열차를 견인해 오후 5시10분께 부산역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부산역에 내린 승객 중 많은 이들이 탈진을 호소했으며, 심각한 탈수증세를 보였던 한모(여·47) 씨는 동아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코레일 측은 사고열차가 부산역에 도착하자 더위에 지친 승객들을 위해 생수 1000병과 물수건을 지급하고, 요금을 전액 환불했지만 일부 승객들은 코레일 측의 늑장 사고수습에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코레일은 사고열차를 차량정비단에 옮겨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사고차량에 대한 정밀 검사 후 정확한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안승헌 부산역장은 "열차 안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인 '모터블록'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레일 관계자도 "운전실 쪽 전기장치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에서 출발한 부산행 KTX 산천 4025호도 충남 천안아산역에서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500여 명이 인근에 비상대기하던 다른 열차에 옮겨 타는 불편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20.3㎞) 안에서 KTX 열차가 1시간 이상 멈춰 서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코레일과 소방당국 간의 공조체제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특히 코레일 측은 열차 운행 중단 이후 시소방본부에 사고사실과 장소를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최초 출동이 늦어졌고 승객들은 어둠 속에서 공포에 시달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초 보고가 열차 운행 중단으로 접수됐기 때문에 자체 대응을 하느라 소방본부에 상황이 늦게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