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4개 시·군(경남 함양·산청군, 전남 남원시·구례군)의 케이블카 설치계획안이 모두 부결(본지 지난달 27일 자 1면 등 보도)된 가운데 정부가 이들 시·군이 자율조정해 한 곳을 다시 신청하면 재심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케이블카 유치 경쟁을 벌여온 4개 시·군에게 사업 신청지를 단일화하라는 뜻으로, 정부가 자치단체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경남 함양·산청군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0일 전북 남원 국립공원 북부사무소에서 4개 시·군 부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4개 시·군 가운데) 어느 한 곳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재신청하면, 다시 경쟁적으로 나설 것이 우려된다"며 "서로 자율조정해야 재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함양군 관계자는 "과연 어느 자치단체가 양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산청군 관계자는 "각자 목적이 다른 4개 시·군에게 자율조정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환경부가 2010년 10월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치단체 간 과당 유치경쟁을 불러놓고, 이제 와서 '자치단체끼리 알아서 정리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앞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달 26일 4개 시·군의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안을 심의한 결과, 환경 훼손 우려가 크고 경제성도 없다며 부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