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9시30분께 부산시청 앞 광장에는 '희망 국토 대장정'에 나서는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 조합원들로 붐볐다. 이들은 29박30일 동안 700㎞를 걸으며 자신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부당한 처우를 전국 각지에 알릴 계획이다. 해고자와 비해고자 43명으로 꾸려진 대장정 참가단은 울산과 경주 대구 평택 등 전국 주요 도시를 거친 후 다음 달 28일 전국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출정식에서 대장정 단장을 맡은 문영섭 노조 지회장은 "참가단은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걸으면서, 부산에 남은 조합원은 거리 선전전을 계속 펼치면서 우리 투쟁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며 "정의가 있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이날 부산시가 시민을 격려하기 위해 청사 외벽에 붙여 놓은 초대형 현수막은 이 상황과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시작된 이들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은 겨울과 봄을 차례로 거쳐 여름이 오고 있는데도 끝나지 않은 탓이다.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는 조합원에게 지금은 여전히 겨울일 뿐이다.

그동안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부산 전역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평일 출퇴근 시간은 수영교차로와 연산교차로 등 각 지역 거점에서, 주말과 휴일에는 시민이 몰리는 중구 광복동과 부산역광장 등을 찾았다. 그러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투쟁 초반, 시민들은 트위터 등 SNS에 PSMC 조합원들을 대변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관심이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은 지쳐갔다.

지난 2월 29일에는 '곧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사측의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하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해고된 52명은 복직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노위는 지난 29일 해고자 한 명당 500만 원의 복직 이행강제금(총 2억6000만 원가량)을 내라고 사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여기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든 것이 국토 대장정이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이 사실을 알려 시민 호응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매일 25~35㎞를 걸으며 만나는 이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줄 작정이다. 최고령 대장정 참가자인 류태해(54) 씨는 "수입도 없으면서 투쟁을 이어가다 보니 가족들에게 늘 미안했다"며 "국토 대장정이 정리해고 철회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꼭 완주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