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우성만(54) 창원지법원장은 4·11 총선에 유권자들의 소중한 권리행사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선거사범 재판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신속한 재판과 강화된 양형 기준을 적용, 불·탈법으로 당선된 후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남선관위원장으로 바쁜 나날…선거 재판 신속하게 진행할 것
- 법관 직무 외 활동도 신중해야, 모의법정 등 민원인과 가깝게
- 비행청소년 대안학교 제도 정평
- 대담 : 권순익 경남본부장

취임 두 달여 만에 4·11 총선을 맞은 우성만(54) 창원지법원장은 경남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일복이 많은가 봅니다. 하지만 총선은 지역을 대표하는 나라 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한치도 소홀할 수 없습니다. 선거관련 재판을 빠르게 진행해 불·탈법으로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례없는 혼전인지라 경남지역 선관위원장으로서 부담감이 더 크실 것입니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보 간 접전지역이 많아서 선거관리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후보를 선택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4년간 우리 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 만큼 소중한 한 표로써 권리행사에 나서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올해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이어지는 선거의 해입니다. 선거 관련 재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인 만큼 선거사범 재판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재판을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1심과 2심 모두 두 달 이내 재판을 마치겠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후보자 허위비방, 금품제공, 기부행위 등은 엄정하게 처벌하도록 양형 기준도 강화하게 됩니다. 물론 선거재판은 재판 당사자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시간끌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재판은 가능한 한 심리 기일을 더 빠르게 배정해 신속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법관의 사회참여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창원지법 한 부장판사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법관의 사회참여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법관의 윤리강령에는 직무 외 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학술· 종교· 문화단체 가입은 일정 부분 허용되지만 이것도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입니다. 무엇보다 법관은 공평무사해야 합니다. 법관의 말 한마디의 영향력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하며,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법관의 직분을 벗어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봅니다.

-부산지법 근무 당시 자금 여력이 없어 부도난 중소기업체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압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회생사건이 이전보다 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 중에서 잘 해결된 것으로 한국콘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부산의 향토기업인 기린 회생사건도 좋은 사례입니다. 기린이 잘못되면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큰 상태였는데 M&A(기업 매수·합병)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습니다. 지역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롯데가 나서 해결됐는데 신속하게 잘 마무리돼 보람을 느낍니다.

-법원이 민원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법원 문턱이 높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민원인들이 상처받고 힘든 상황에서 법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직원들에게 미소로 맞아주라고 말합니다. 지난달 22일 법원문화체험관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하고 간격을 좁히는 수단을 궁리하다가 별관에 꾸며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모의법정을 통해 실제 재판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학생들에게 인기입니다.

-2년 전부터 창원지법에서 운영하는 비행청소년 대안학교에 대한 호응이 높습니다.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학식을 했는데 자체 평가를 해본다면.

▶비행을 저지른 결손가정 청소년들은 돌아갈 가정마저 붕괴해 재범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소년원 같은 시설을 다녀와도 범행을 다시 저지를 우려가 높아 고민 끝에 생각해낸 제도입니다. 일종의 대안학교인데 부산 국제금융고가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부산 학교의 교사가 직접 창원으로 와서 야간수업을 합니다. 창원분교 형태인데 작년 1학년 20명이 입학해 5명 탈락하고 15명이 남아 2학년에 올라갔습니다. 올해 2회 신입생 모집에 38명이 입학했습니다.


■ 동호회 활동으로 직원과 소통

우성만 창원지법원장은 경북 의성출신이지만 법관생활 대부분을 부산과 경남에서 보냈다.

지역법관(향판)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지역법관을 보는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이는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법관이) 간혹 물의를 빚는 경우가 있지만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일탈의 문제 정도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관심이 높다. 1988년 부산에 고등법원이 들어서고 나서 부산판례연구회에 참여해 지금까지 연구회지를 발간해오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연구는 지역에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원장은 단전, 요가, 태극권, 테니스, 등산 등 스포츠에도 남다른 조예가 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단전호흡, 태극권, 요가까지 섭렵했다. 그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직원들과 어울려 소통할 수 있고 업무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운동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직원들에게 하나 이상 동호회에 가입하라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약력

▶경북 의성(1958년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22회(연수원 12기) ▶부산지법 동부지원·부산고법 판사 ▶울산지법·부산지법·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부산지법 동부지원장


정리=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