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 사하구 한 영어학원에서 태블릿PC와 학원 자체 미니 서버를 활용한 쌍방향 '스마트 수업' 강의를 수강생들이 듣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시교육청, 10개교 시범운영…올해 중 10개교 더 선정
- 내달부터 '상시체험관' 운영
- 일부 학원들 적극적 대처, 학생 맞춤형·쌍방향 수업…기반시설·콘텐츠 강화 필요
- 태블릿PC 활용 차원 넘어 협력 통한 문제 풀기 등 목표
- 교과부, 기술표준안 7월 제시

2015년까지 약 2조 원, 그리고 스마트교육 체제 확립.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통해 제시한 기한과 예산과 목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015년 3월까지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완료해 초·중·고에 전면 보급하고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까지 온라인수업 및 평가 체제를 전 시·도에 도입하고 사이버가정학습 등 온라인 수업 도입 학교도 크게 늘린다는 계획도 정했다.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주요한 학습도구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 내용을 학생 개개인이 가진 태블릿PC(갤럭시탭, 아이패드 등)나 IP TV 등으로 바로 불러내서 공부하고, 동영상·애니메이션·편집기능 등을 학생이 자유자재로 활용해 서로 교환할 수 있으며, 시험을 치고 이를 평가하는 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2015년이 먼 뒷날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교과부의 스마트교육 추진계획은 2011년 이미 가동됐고 2012년 들어 본격 추진되고 있어 일선의 관련 교육현장은 이미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 차원 계획 아래 현장에서도 '착착'

	부산 광무여중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스마트러닝 수업공개 때의 모습. 학생들이 전자칠판과 스마트기기로 공부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9월 부산의 삼어초등 광무여중 등 12개(초등교 7개, 중학교 5개) 초·중학교에서는 태블릿PC와 전자칠판 등을 활용한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이 '예비운영학교'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시작됐다. 이들 학교에는 부산시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KT가 태블릿PC를 각 30대 씩 360대 보급하고 쌍용정보통신, 콘텐츠업체 해라클래스 등이 통신시설, 전자참고서, 전자칠판 등을 제공했다.

2011년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6개월 동안 실시된 부산의 스마트러닝 예비운영학교 사업에 대해 시교육청 학교정책과 신정숙 장학사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어서 이를 통해 학업성취도가 올라갔는지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학업에 대한 흥미도 향상과 자기주도적 공부 면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이는 지난해 11월 광무여중의 스마트러닝 수업공개 당시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장학사는 "예비운영학교 성과를 토대로 올해 3월부터는 '스마트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예비운영학교 12개교 중 10개 학교가 시범학교로 지정돼 3월부터 스마트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중 10개를 더 선정해 내년 2월까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범학교의 경우 스마트러닝 수업의 대상 폭을 확대하고 관련 학습관리시스템(LMS) 개발도 병행하게 된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스마트교육의 공감대와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뛰어든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23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옛 중앙중학교 건물에 문을 여는 수학과학창의체험관 궁리마루 안에 다음달 14일부터 '스마트교육 상시체험관' 3개 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초등용·중등용·교사용으로 구성돼 각 교실마다 1억 원이 투입된 이 상시체험관에서는 주중과 주말에 교사연구, 학부모·학생체험 활동이 펼쳐지게 된다. 스마트교육 모델 개발작업에 동참했던 우수 교사 30명을 조직화해 서포터즈로 운영하고 교사 연수를 연중 실시하는 내용도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한층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일선의 학원들, 다시 말해 사교육기관들의 발빠른 움직임이다. 아무래도 학교의 시범운영이 신중하게 절차를 밟아나가는 과정인 반면, 학원들은 스마트러닝이라는 시한과 목표가 정해져 있는 '트렌드 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현장, 발빠른 대응

지난 17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영어학원. 이 학원은 교과부가 제시한 스마트러닝 모델의 일부를 작게 축소한 형태로 바꿔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학원 안에 값비싼 상용서버가 아닌 리눅스 기반의 자체 미니서버를 구축한 뒤, 통신기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태블릿PC를 학생의 가정과 강사에게 매우 싸게 보급하고 곧장 쌍방향 수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수업 과정은 흥미로웠다. 강사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다 단어시험을 실시하자 그 내용이 모든 수강생들의 태블릿PC에 동시에 떴다. 학생들이 문제를 푼 뒤 이를 전송하자 그 결과가 곧장 강사의 태블릿PC와 스크린에 나타났다. 강사는 적은 숫자의 수강생만 틀린 문제는 개별지도방식으로 돌리고, 비교적 많은 학생이 틀린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전체적인 설명을 해나갔다. 강사 황모 씨는 "짧은 시간 안에 마음먹은 만큼 다양한 실력테스트를 하고 이를 토대로 각 학생 수준에 맞게 지도를 할 수 있다"고 장점을 꼽았다.

이 시스템을 만든 스마트 기반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업체로 테라텍 고준홍 본부장은 "현재 부산에는 극소수의 개별 학원과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전국 규모 학원에서 이런 방식을 시행 중이지만, 현재 추세라면 사교육시장에 스마트기기 기반 학습은 신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기반시설과 콘텐츠 확보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이온리얼리티사와 손잡고 가상현실 보급, 디지털교과서 개발사업 등을 하는 부산 업체 (주)브이알코리아 박학문 대표는 "미국 등지에서 선진 IT기술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디지털 교과서를 계속 내놓고 있으며 미국 교육계도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있을 큰 변화를 앞둔 한국에서 풍부한 내용의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고 동시에 이를 교육현장에서 안정되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설비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세대 위한 총체적 전략

부산의 스마트교육과 미래교육을 지휘하고 있는 시교육청의 시각은 좀 다르다. 시교육청은 교과부가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지난해 6월 발표하기 전인 같은해 4월부터 나름의 스마트교육 준비 작업에 들어가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이 높았다. 신정숙 장학사는 "사교육 현장의 움직임이 단순히 학습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공교육은 관점과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환경 속으로 들어선다고 볼 수 있는 현재의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창의성과 주체성 있는 세대로 자라기 위해 새로운 교육의 체제를 지금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는 '활용'하는 차원이란 것이다. 신 장학사는 "공교육의 스마트교육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고, 대안을 찾게 하는 총체적 방향 아래 진행된다"고 말했다.

목표 시점인 '2015년'을 앞두고 이미 시작된 학교 현장의 스마트교육 대장정이 어떻게 펼쳐질 지 관심을 끈다. 교과부는 오는 7월 디지털 교과서 활용 등을 위한 기술표준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