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소송에 해고자 생활고
- "신속 해결 위해 간소화를"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판정(본지 지난 1일 자 7면 보도)이 났지만, 해고자들의 마음은 아직도 편치 않다. 회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노위 재심에서 노조가 이긴다고 해도 사측은 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에 재차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5심제'인 셈이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해고 구제 절차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해 해고자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노사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SMC 노조는 지노위의 판정을 환영하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시민선전전을 부산역과 서면 등 부산 전 지역에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정리해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금속노조 정해금 사무국장은 "사측이 중간에 해고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모든 법 판정 단계를 거친다면 해고자는 최소 3년 11개월, 길게는 5년 이상 무직 상태로 지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희망버스로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은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받는 데만 10개월가량 걸렸다.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4년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긴 소송을 견디지 못해 중간에 투쟁 대열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290명의 해고자 중 지난해 11월까지 94명만 남았다. 콜트악기는 58명 중 절반가량이 마지막까지 버텼다. 가족 생계가 달린 탓에 그 긴 세월 동안 막연하게 투쟁에만 매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구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는 노동법원을 설치, 일반 법원과 달리 노동 문제만 다뤄 노사분규를 이른 시일 안에 끝내도록 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영철 변호사는 "노동법원을 설치해 절차를 단일화해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노위와 행정법원 등 기관이 모두 서울에 있어 해고자가 서울까지 가서 소송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며 "지방법원에서 소송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