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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부산 기장군청 앞에 한전 송전선로 허가와 관련한 기장군민과 한전 측의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집행부에 구상권" 목소리에 의장 "구상권까지…" 견제 소극
제동장치 없는 기장군의 '법 위의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행부는 손해배상금이 수천만 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도 요지부동이고, 군의회는 이 같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에 소극적이다.
17일 한전과 기장군에 따르면 기장군이 한전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지난 11일부터 하루 500만 원씩 불어나 17일 현재 3500만 원에 이르렀다. 최규택 한전 경인사업단 기장사무소장은 "부산지법에 손해배상금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다음 주 중 집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장군이 당장 송전선로 설치 허가를 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장군은 '765㎸ 백지화 정관대책위원회'가 송전선로 설치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할 때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오는 23일 대책위가 주민의견 수렴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겠다. 아직 주민의견이 다 수렴되지도 않았는데 철탑 17, 21호기에 대한 허가를 먼저 내주는 것은 주민협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23일까지 기다리면 손해배상금은 6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주민과 한전 간의 협의가 마무리되면 한전이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취하하지 않을 경우 '혈세'로 배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군 예산에 손해를 입힌 군수 등 공무원에 대해 군의회가 나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배상법 2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국가나 지자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갈등이 예상된다. 군의회가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당장 '직무유기'라는 비판의 화살이 날아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군의회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분위기다.
정종복 기장군의회 의장은 "만약 손해배상금을 한전에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마땅히 집행부(기장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구상권 청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의회까지 집행부의 '법 위의 행정'을 두고만 보는 가운데 기장군민의 혼란만 더해지고 있다. 주민 김모(31) 씨는 "아무리 주민의견이 중요하더라도 허가 당사자는 기장군인데, 기한도 없이 주민대표가 의견을 수렴할 때까지 기다리며 손해배상금만 물어주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예산감시팀 국장은 "지자체가 나서 갈등을 풀고 조정해야 하는데 무엇이든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고, 소송에서 지고도 따르지 않으면서 주민 핑계를 대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군의회는 주민대표로서 군 행정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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