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장림동 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피혁조합)에 입주한 피혁업체와 수산물가공업체 등 50여 곳이 500억 원대의 폐수배출부담금 사태에 휘말려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피혁조합이 위치한 신평장림산업단지 전경. 국제신문DB

# 피혁업체

- "크롬 슬러지 떠오른 것은 생선서 나온 지방이 원인"

# 수산물가공업체

- "483억 중 440억 크롬 때문, 수산물에서는 나오지 않아"

# 사하구청

- 부담금 어떤 방식으로 낼지 조합 측에 규약 제정 요구

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피혁조합)은 사하구청의 폐수 배출부담금 부과 처분에 대응한 행정소송을 앞두고 있지만 조정 신청이 기각된 마당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 계획없는 산업단지 관리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520억 원(가산금 포함)의 부담금에 대한 분담 방식이 업체들 간에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제 입체적인 산단 관리 시급

"따지고 보면 부산시의 잘못이 제일 큽니다." 한 어묵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시의 무계획적인 산단 관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피혁단지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 서로 다른 업종인 피혁과 수산물가공업을 폐수배출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어 한 곳에 모아두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 성질이 다른 폐수가 섞여 이 같은 결과가 발생했고 이 문제에 대한 예측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강화된 폐수 기준치에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고도정화시설을 갖춘 강변사업소(장림하수처리장)를 적절히 활용했다면 이 같은 대형 부담금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상공계에서는 시가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산단공)에 위탁한 지방산단 관리권을 하루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상공계 관계자는 "시가 직접 업체들의 민원과 산단의 문제점을 파악해야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산물과 피혁업계의 원인 공방

수산물가공업체와 피혁업체 간에는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마저 일고 있다. 폐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중금속인 크롬의 검출 원인을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업체들은 생선 가공 단계에서 크롬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고, 피혁업체들도 어지방이나 기름기가 아니면 크롬 슬러지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어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A어묵제조업체 관계자는 "483억 가운데 440억 원이 크롬 검출 때문에 발생한 부담금이다. 수산물 가공업체의 폐수에는 중금속이 없는데 피혁업체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물 사용량도 피혁업체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피혁업체 관계자는 "녹산산단 등 전국의 피혁단지에서 크롬 폐수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다. 수산물 업체들이 늘어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두 업계가 서로 반목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금 분담 방식 논란 불가피

사하구청은 입주업체들에게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조합 측에 규약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이 이번 부담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정하라는 것이다. 현재 부담금은 조합에 부과돼 있지만, 1년 예산이 28억 원(대부분이 폐수 처리 비용)에 불과한 조합이 이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사하구는 단지 내 개별 입주기업에 대해 부담금을 징수해야 할 상황이다.

조합 측은 규약 제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폐수 배출의 책임 소재에 대한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부담금을 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수산물 가공업체 관계자는 "현재 조합의 폐수처리비용 부담 방식(승인용수 체계)을 적용하면 업체당 6억~10억 원을 내야 한다. 결국 모두 도산할 수밖에 없어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합 측은 현재 부산의 한 대학에 폐수의 수질을 기준으로 부담금에 대한 분담을 결정하는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양측 입장이 엇갈린 상황에서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부담금 부과 산정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폐수 부담금은 공무원의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적용된다"면서도 "행정소송에서 감액 등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