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혁조합에 입주한 한 어묵업체의 조업 모습. 김동하기자

- 관로 매설에 드는 비용 대겠다"
- 폐수 처리비용 산정에도 불만

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피혁조합) 단지에 입주한 어묵 등 수산물가공업체들은 사업지 이전 또는 폐수처리 방식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 단지에서 특별한 폐수처리 대책 없이 조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또다시 제2의 '크롬 부담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단지 내 피혁업체들과 폐수를 분리해 처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어묵 등 수산물가공업체를 다른 단지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과 폐수를 배출하는 관로를 달리하는 방안이다. 현재 수산물가공업체들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후자를 꼽고 있다. 이미 피혁단지 내에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됐고, 이주 대안 공간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고도정화시설을 갖춘 부산환경공단 강변사업소(장림하수처리장)에 직접 관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피혁조합 단지가 국비가 투입된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환경관련 업체들은 상·하수도 모두 조합을 통해 공급받고 배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주)부산세광식품 김용태 상무이사는 "하수도법에 따라 하루 폐수량이 20t을 초과하지 않고, 특정수질유해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포함되지 않은 어묵업체 등 일부 수산물가공업체는 시 하수관로인 강변사업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우리 업체가 직접 관로 매설비를 부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지만 사하구는 물론 부산시에서도 허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산물 업체들은 또 현재 폐수처리 비용을 산정하는 승인용수 체계에도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승인용수는 물을 많이 쓰는 피혁업체들이 많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 한 업체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폐수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수산물가공업체들이 사용하는 물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업체의 경우 매월 승인용수는 250t이지만, 사용량은 20%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 업체는 실제 배출한 폐수보다 많은 양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김 이사는 "녹산산업단지의 수산물가공업체들은 부산시에서 매설한 관로를 이용하고 있어 이곳 업체들보다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폐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공해업종인 피혁업체와 부산을 대표하는 수산물업체들이 같은 조합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수산물 업종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혁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혁단지는 부산시가 협동화사업장으로 지정한 공간이다. 조합 정관에도 환경업체의 집적화를 위해 국비가 투입된 산업단지로 규정하고 있어 업체들은 조합의 오·폐수 관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처음부터 입주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승인용수 체계는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