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피혁조합)에 대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폐수 배출부담금 부과 사태(본지 지난 15일 자 1, 3면 보도)는 부산시의 계획성 없는 산업단지 관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피혁업체에서 배출하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1985년 설립된 환경관리시설인 피혁조합은 2000년대 초반 피혁가공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공동화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시는 단지의 업종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빈자리에는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이 필요했던 어묵과 연육 등 수산물 가공업체들로 채웠다. 

하지만 성질이 다른 두 업종의 '불안한 동거'는 결국 500억 원대(가산금 포함)의 유래없는 폐수배출부담금 부과로 이어졌다. 입주업체들은 부담금의 책임 소재와 분담 방식을 놓고 갈등 양상까지 빚고 있다. 

수산물 가공업계는 부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이유가 폐수에서 중금속인 크롬이 배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혁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크롬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므로 이번 부담금에 대한 책임은 피혁업체에게 있다는 것이다.

반면 피혁업계는 연육업체를 중심으로 수산물 업체에서 나온 어지방(생선 기름)과 어묵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 일부가 정화시설로 배출돼 크롬을 함유한 슬러지와 결합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맞서고 있다.

피혁조합은 중간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폐수부담금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분담 비율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의 폐수처리방식에 대한 업체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폐수 배출량은 피혁 60%, 수산물 쪽이 40% 정도로 수산물업체의 폐수 배출 비율이 15~20% 정도만 되어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의 입주 업종 완화로 처음 수산물 업체를 받아들일 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시의 체계적이고 직접적인 산단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시가 지방산단에 대해 유기적인 관리를 했더라면 이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