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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제각각, 정책은 일방통행, '시민의 발' 편의 실종

수요자 고려없는 부산시 교통행정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12-02-12 22:40:3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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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입구 버스 정류장(남구 방향)에는 벤치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 버스 노선 조정은 시 몫, 정류장 시설관리는 구 소관
- 통일안된 외양·위험한 정류장 방치
- 택시기사·시민 모두 반대하는 택시요금 인상안 용역 시행
- '또다른 시민의 발' 대리기사는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복지 소외

"누구를 위한 교통행정인가?"

부산시의 대중교통과 교통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시민, 차량 운행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은 시로부터 받는 혜택이 적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입맛대로' 교통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지각색의 정류장

도로 건너편 정류장은 삼면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대조를 이뤘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12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동 하나은행 광안동지점 앞 버스정류장. 김복명(여·60) 씨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는 집인 남구 용호동까지 가는 20번 버스를 기다렸다. 해운대 방면의 도로 건너편 정류장엔 벤치 3면이 강화유리로 막혀 있어 바람을 피할 수 있지만 이곳엔 덜렁 벤치 한 개만 놓여 있었다. 김 씨는 "며칠 전보다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생판 노상에 서 있어 추운 건 매한가지"라며 "반대편은 따뜻해 보이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도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이곳에는 사방에 강화유리는 없었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은 설치됐다. 이처럼 부산지역의 정류장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부산시가 시설관리를 직접 하지 않아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건 시의 몫이지만 정류장 등 교통시설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그것은 구 교통과가 담당하고 있다"고 발뺌했다. 각 구도 저마다 정책이 달라 시민 편의를 위한 정류장 시설을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지역 지자체는 정류장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부산시와 대조를 이뤘다. 울산시 남구는 시민이 추위에 떠는 것을 막기 위해 정류장 4면을 모두 강화유리로 막았다. 차도 쪽 면 1.5m가량만 출입을 위해 뚫어뒀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총 200여 곳의 정류장 중 50곳에 이런 시설을 만들었다. 올해 말까지 5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환승 정류장은 아직도 위험천만

비와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천장과 4면 강화유리가 설치된 울산 남구의 버스 정류장.
12일 오후 부산 서구 토성동 서구청 앞 환승 정류장 건널목은 여전히 위험천만했다. 이곳이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본지 지난달 30일 자 10면 보도) 지적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정류장에서 내려 인도를 따라 건널목 쪽으로 이동할수록 한 사람이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인도가 좁아졌다. 이등변 삼각형의 밑변에서 꼭짓점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정류장 내 인도 면적이 점점 줄어들었고, 가장 끝 부분에 닿으면 도로 한중간에 멀뚱히 서 있는 듯했다. 앞뒤로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녀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류장에 내려 남포동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건널목에 선 박모(26·사하구 괴정동) 씨는 "맨 처음 이용할 때는 위험하다고 느꼈는데 자주 이용하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위험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이 공간은 존재 자체가 큰 문제였다. 왕복 6차로의 큰 도로를 가로지르는 건널목 가운데 좁은 공간이 있어 '무단횡단족'에게 잠시 머무를 공간을 제공한 셈이 됐다. 이런 지적에 부산시는 뒤늦게 시정에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는 17일까지 건널목에 포함된 10m가량의 정류장 인도를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누굴 위한 택시비 인상인가?

부산시는 최근 택시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개인·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건의했던 택시요금 인상안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오는 4~5월 인상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상안의 골격은 현행 2200원에서 3000원까지 36.5% 올리는 것이다. 또 거리 요금은 143m당 100원에서 105m당 100원 또는 210m당 200원으로, 시간 요금을 34초당 100원에서 26초당 100원 또는 51초당 2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은 물론 택시기사까지 크게 반대했다. 한 시민은 "지금도 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택시비가 더 오르면 이용자가 더 줄 것"이라고 했다. 택시기사 성모(52) 씨는 "택시업체 측만 위한 인상"이라며 "택시비 인상 폭만큼 사납금도 덩달아 오른다. 또 손님이 줄어들어 사납금 맞추기가 더 어려워 업무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3000원 인상안과 인상시기 등 확정된 것은 없다. 용역의 수치검증을 지켜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지난 2008년 이후 택시비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소폭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것은 전국적인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5000여 명의 대리운전 기사도 수요자

대리운전 기사는 '술 취한 시민의 발' 노릇을 하고 있지만 시의 교통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시가 적극적 개입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복지 배려는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은 산재와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골프캐디나 학습지 교사처럼 특수근로자화 돼 있고, 자동차운수사업법 등에 대리운전 기사 관련 법규 등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법규가 없는 탓에 모든 수익 운영구조는 업체 자율에 맡긴 상태다. 등록만 하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 년에 10여 개의 회사가 생겨나고 경쟁력이 없으면 곧바로 문을 닫는다. 업체에서 사원의 복지여건을 챙길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경쟁력 탓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자본으로 많은 수익을 남겨야 한다.

고객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서 가입하는 '대리운전자 보험'이 있다. 이것도 회사에서 대신 내 주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 보험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모든 것은 기사들의 몫이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과 손숙미 의원이 2009년에 '대리운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리운전 사업을 위해서는 법적인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하고, 대리운전기사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 등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오천콜 대리운전 김성관 대표는 "업체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의 복지를 챙기기에 무리가 따른다"며 "정부와 부산시가 나서 부산지역 5000여 명에 이르는 대리운전 기사의 복지여건 개선과 대리운전업 양성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 정헌영 대한교통학회 부회장

- "일관성 있는 교통정책 시행, 예산확보 통해 선택과 집중을"

대한교통학회 정헌영 부회장(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사진)은 부산시의 교통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12일 지적했다.

그는 부산 도시철도역과 버스 정류장의 연결성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도시철도는 부산 교통공사가, 버스는 부산시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며 "도시철도에서 버스로, 버스에서 도시철도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은데도 각 주체가 일을 따로 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다. 결국 환승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불편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역사와 버스정류장을 정비할 때는 이 두 주체가 함께 나서야지 시민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특정지역에만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되고 모든 구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시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과 택시, 대리운전 등 모든 교통정책의 문제는 부산시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탓에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예산확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은 교통정책을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또 예산이 있더라도 욕심을 내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 안된다"며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한 가지 현안에 대거 돈을 투자해 '선택과 집중'의 기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시민과 시민단체 등 부산시가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되 정책 결정에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요구에 따라 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표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증한 뒤 시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정책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버스 중앙차선제와 준공영제 등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대규모 교통정책을 갑자기 바꿨다"며 "지방 소도시에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시험을 해본 뒤 정책을 시행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하는데 예산 수천억 원을 들인 '버스 준공영제' 후유증이 조만간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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