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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부산 사하소방서 최수동 소방교가 사무실에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쓸쓸히
바라보며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
- 낡은 화재진압 장비, 현장 출동 때마다 불안
- 장비교체 예산 전액삭감, 초과근무수당도 못 받아
- "사기 올려라" 인터넷 시끌
"우리 편은 비밖에 없네요."
16일 오후 부산 사하구 신평동 사하소방서 출동 대기실. 최수동(38) 소방교는 오후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최근 계속된 겨울 가뭄으로 산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불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용감하게 불에 달려들어 물을 쏟아붓는 것은 소방관의 숙명이다. 하지만 소방관으로 10년을 보내고도 출동 사이렌만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나곤 한다. 그것은 불이 아니라 부실한 소방 안전장비 때문에 생겨난 두려움이다.
소방서 안에는 성한 장비가 거의 없다. 방열화 뒤축은 너덜너덜 닳았고, 낡고 오래된 헬멧은 안전성이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여러 명이 돌려써야 하는 장비들이 가장 큰 문제다. 공기호흡기가 고장 나도 여분이 없다. 급한 대로 동료 대원의 것을 빌려 써야 한다. 몸에 딱 맞는 방화복은 찾기 어렵다. 최 소방교도 전임자가 입던 옷을 물려받았다. 옷이 커 땅에 끌리거나 너무 꽉 조여 활동하기 불편했다. 이 같은 소방 장비는 3년마다 교체돼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말만 그럴 뿐 실제론 교체시기가 지난 장비들로 넘쳐난다.
소방관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개선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소방관의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 현직 소방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낡은 방화복 사진을 올렸다. 방화복은 불길에 녹아 누렇게 변색돼 불구덩이 속에 투입될 경우 소방관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였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서 수없이 리트윗되며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skylove***(트위터 아이디)는 "이건 뭐 불 끄다 죽으라는 소리구먼!"이라고 개탄했다. 지난 1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란에는 "소방관 아저씨들의 장비구매 예산안 전액 삭감을 취소하라!"는 글도 올라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요청한 낡은 소방장비 교체 예산 40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자신들의 세비는 올렸지만 소방장비 교체 예산에는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수당 문제도 소방관 사기 저하에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3만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초과근무수당이 약 2323억 원에서 5984억 원가량으로 3000억 원 넘게 늘었다.
사하소방서의 한 구급대원은 "목숨을 내놓고 일할 정도로 소방관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강하다"며 "그렇지만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 논란과 여러 가지 근무 여건으로 소방관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