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가 간절히 바랐던 둘째 딸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우리 부부는 정말 예민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새 아기를 돌보는 데 여념이 없다. 출산과 산후조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과 영국의 문화 차이를 문득 느끼게 된다.

첫째 딸 아이는 2009년 3월에 낳았다. 출산 전 며칠은 긴장의 나날이었다. 나는 아내가 아이를 낳고 건강을 잘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아빠가 돼야 할 것인지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기를 어떻게 돌보는지 잘 알고 있고, 두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출산을 한 여성이 많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둘째 딸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첫 딸 출산 후 생경했던 수개월의 기억이 떠올랐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고 아내는 며칠간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여성이 첫 아이를 낳으면 며칠간 입원하는 게 허용된다. 그런데 두 번째 아이를 낳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산모는 출산 다음날도 아닌 당일에 퇴원 통보를 받는다.

아내는 첫 아이 '누리'가 태어난 뒤 일주일간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 이런 시설은 영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곳은 아내가 잘 지내도록 배려했고 첫 주에는 집에서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해줬다. 우리는 아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많이 얻었으며, 퇴원하기 전 아내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도 배려했다. 나 또한 일주일 내내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산모에게 제공된 식사에 무척 놀랐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루 세 끼 매번 나온 미역국과 몇 가지 반찬. 한국의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때 몸을 추스릴 수 있도록 매일 미역국을 먹는다. 영국에서는 미역국을 먹지 않으며 임산부가 먹는 특별한 음식도 없다. 대신 대부분의 여성들은 야채, 고기, 과일 등 건강한 식단을 택한다. '누리'가 태어난 후 미역국을 먹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장모님은 우리 집을 찾아 큰 냄비에 미역국을 끓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가 출산 후 그토록 많은 미역국을 먹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터라 이제는 그것이 한국의 문화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미역국 만드는 방법을 익혀보기도 했다.

아기를 낳을 때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첫째 딸 누리를 낳았을 때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에 대해 좀더 잘 준비하려 한다.

앤드류 밀러드(영국)·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석사과정 /번역= 오광수 기자